동남아 발리 아니고요, 우리집 옥상입니다

Cover Story

프로 옥상러가 알려주는
루프톱 꾸미기 꿀팁
물탱크, 에어컨 실외기, 장독대 같은 보기 싫은 물건을 한데 모아 방치하던 공간,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이따금 잠시 찾던 곳. 현대인들의 주택에서 ‘옥상’은 한동안 그런 존재였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개인이 거주하는 집에 있는 옥상의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방해나 외출에 대한 걱정 없이 소중한 사람들과 피크닉이나 술 한잔을 즐길 수 있는 곳, 하늘과 햇볕, 바람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며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곳. 어쩌면 버려뒀던 우리 집 옥상은 가장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여행지이자 로망을 실현할 공간이 아닐까. 개인 옥상을 ‘나만의 루프톱’으로 탈바꿈시켜 일상을 여행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중랑구 오동진 씨의 집, 서울 후암동 정효진(가명) 씨의 집, 경기 동두천 정윤희 씨의 집

잿빛 공간을 나만의 휴양지로

옥상을 가꾸는 사람들은 대부분 야외 공간에 대한 환상을 갖고 출발한 경우가 많다. 주로 집과 회사만 오가는 반복적인 일상에 쉼표가 되는 공간을 조성해 보자는 것. 경기 동두천시에 거주하는 정윤희 씨(35)는 탑층 아파트 옥상을 특별한 휴양 공간으로 만들었다. 기존 거주자의 잘못된 공사 때문에 누수 등 문제가 많았지만, 따로 공사하지 않고 인조잔디와 조립식 데크타일, 래티스(격자무늬 울타리) 등을 직접 하나하나 시공하며 뜯어고쳤다. 또 야외용 소파와 테이블, 가제보 등을 갖춰 휴양지 느낌을 냈다.정씨는 “날씨가 좋은 평일엔 키우는 반려견이 주로 뛰어놀고, 주말엔 고기를 사와 바비큐 파티를 자주 한다”며 “작은 실내 수영장을 설치한 뒤로는 여름엔 밖에 나가지 않고 수영과 휴식을 옥상에서 즐길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나만의 정원을 꾸리는 것도 옥상의 훌륭한 활용법이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디자이너 오동진 씨(30)는 주택 옥상을 식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수년 전부터 키워오던 식물들을 옥상으로 한데 모아 볕을 쪼여주고 주기에 맞춰 듬뿍 물을 준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키우다 보니 옥상은 어느새 ‘미니 식물원’이 됐다. 데크와 파라솔, 야외 조명, 바비큐 그릴 등을 설치해 주말이면 소중한 사람들과 모임 공간으로 이용한다. 오씨는 “기존 거주자는 음식물쓰레기를 모으는 곳으로 썼지만, 품이 들더라도 발리의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직접 공간을 가꿨다”며 “햇볕이 잘 드는 여름엔 태닝을 하는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고 했다.

그늘·가구 보관 공간 별도 마련해야

우리 집 옥상을 색다른 공간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필수적으로 갖출 요소가 있다. 옥상 인테리어에 도전한 사람들은 먼저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 가족 또는 지인들과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시선이 닿지 않는 옥상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림막과 래티스, 울타리, 가벽 등을 활용해 먼저 외부와 단절된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파라솔과 가제보, 어닝 등을 설치해 햇볕을 차단할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한낮에는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기 때문에 그늘진 공간을 만들어야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강풍과 비가 올 경우 천막 등 가벼운 소재의 구조물은 날아가기 쉽기 때문에 접이식을 구매해 이용할 때만 사용하거나 아예 단단히 고정된 제품을 쓰는 게 좋다. 오씨는 “태풍 같은 천재지변엔 물건이 밖으로 날아가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옥상의 다른 물건들도 살펴보고 미리 자리를 옮겨놓는 등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닥에는 인조잔디나 데크를 까는 게 시각적으로나 활용도면에서 우수하다. 건축가 윤진영 씨는 “국내 주택 옥상은 대부분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바닥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시공해서 맨발로도 밟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면 훨씬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꼭 전문 시공을 하지 않아도 저렴하게 셀프 시공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 참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야외 공간에 설치하는 가구와 집기는 별도의 보관 공간을 마련하는 게 좋다. 정윤희 씨는 “야외용 가구는 오랜 시간 밖에 노출돼 있어 빠르게 낡거나 삭아버리기도 한다”며 “야외용 가구를 별도 보관하거나 야외용 바니시를 꼼꼼하게 바르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