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주민 "재건축이 우선, 호가 안 올랐으면…"

현장 레이더

"서울시 보완 요청은 '속도 조절'
일부 수용…사업 계속 추진"
내달 4, 15일 두차례 총회 예정

인근 미도·선경 등도 재건축 기대
"살수 있는 매물 거의 없어"
서울시로부터 최근 재건축 정비계획안 보완 통보를 받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경DB
“여기 집주인들은 집값 오르는 것보다 재건축이 빨리 추진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제발 호가 좀 안 올랐으면 좋겠어요.”(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

서울시가 지난 4일 재건축 심의를 보류한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해 자칫 재건축 심의를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니냐며 우려가 컸다. 미도·선경·우성 등 인근 단지에서도 재건축 기대가 커지고 있었다.

보완 요구 일부 수용할 듯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총 4424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다. 2010년 3월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D등급(조건부 추진)을 받았다. 2015년 12월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정비계획안을 수립해 여러 차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심의 단계에서 멈춰 있다.

강남구는 최근 서울시에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시로부터 ‘공공임대주택 등 소셜믹스(임대 및 분양주택 혼합) 부분을 보강해달라’는 보완 요청을 통보받았다.은마아파트 소유주 협의회(은소협)에 따르면 소셜믹스 보강에 대한 서울시 요구는 ‘가능한 한 임대평형을 키우라는 것’과 ‘무작위로 각 동에 섞어 제출하라는 것’ 등 두 가지다. 은소협은 이번 정비계획안 보완 요청을 두고 서울시가 재건축을 완전히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2월 이후 15개월째 공석인 재건축 추진위원회의 새 위원단 선출을 준비 중이다. 먼저 대관 등 재건축 업무에 필요한 예산을 수립하기 위한 예산총회를 다음달 4일 진행하고 이어 15일엔 재건축 사업을 이끌 위원단을 뽑는 주민발의 선임총회를 열 예정이다. 이재성 은소협 대표는 “소유주들은 당장 호가를 올리기보다는 (재건축이) 빨리 진행되길 원한다”며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서울시가 숨 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재건축 희망을 버리지 않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인근 단지도 재건축 기대

은마아파트는 오 시장이 취임한 지난달 이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지난달 27일 22억4500만원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작년 6월 평균거래액(19억5000만원)에 비해 3억원 가까이 올랐다. 전용 84㎡ 역시 지난달 1일 신고가인 24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이달 들어 거래는 아직 없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단지 내 E공인 관계자는 “작년 6월 토지거래허가제 이후 거래가 뜸한 편”이라며 “재건축 승인 기대가 커져 매물을 거둬들인 집주인이 많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기대는 미도·선경·우성 아파트 등 인근 단지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983년 준공된 대치동 선경1·2차는 지난주 평균 5000만~1억원가량, 대치동 개포우성1차도 최대 1억원까지 시세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단지 역시 매물은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미도는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에 가까운 201동과 208동을 제외하곤 지난 1월 이후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우성 1·2차와 선경 1·2차 역시 매물은 2~3건에 그치고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2436가구 규모인 미도는 집을 고쳐서 살려는 사람이 많아 매물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대치동의 단지들은 은마 재건축이 풀리면 같이 사업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