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추방 등으로 양국 관계 경색 속 내달 정상회담 관측 블링컨, 협력 가능 분야로 북핵 등 꼽아…라브로프 "논의 진실해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양국 간 첫 고위급 대면 회담이다.
두 장관은 북극이사회 장관회의 참석차 아이슬란드를 방문했다가 양자 회담을 가졌다.
북극이사회는 미국과 러시아 등 북극에 인접한 8개국 협의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회담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 "양국이 (서로) 다르다는 점은 비밀이 아니다"라면서 "러시아가 미국이나 우리의 동맹국 및 협력국에 공격적으로 행동하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예측할 수 있고 안정적인 관계를 추구한다"면서 "이는 양국 국민은 물론 세계에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영역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기후변화,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을 꼽았다. 라브로프 장관도 "양국 간엔 심각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것도 빼지 않고 모든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됐다"면서 '진실하고 상호신뢰에 기반할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우'에 이러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조건을 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블링컨 장관과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란과 아프간을 언급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날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달 유럽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열렸다.
블링컨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살인자'라고 부른 뒤 급속히 경색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러시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연방기관을 해킹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미국주재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추방하는 등 대(對)러 제재를 시행했다. 이에 러시아도 자국 주재 미국 외교관들을 쫓아내면서 '냉전 때보다 사이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