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씨 아버지 "경찰, 아들 한강 걸어들어간 사람 만들고 있어"

손씨 父 "기가 막힌 시간에 기가 막힌 증인 출연"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모 씨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 모(22)씨 사건과 관련해 아버지가 21일 "경찰은 거의 내 아들을 모든 옷을 입은 채 자연스레 한강에 걸어들어간 사람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손 씨 아버지는 이날 블로그에 "책 속에서 형사는 희생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범인을 꼭 밝혀내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그는 "기가 막히는 시간에 기가 막힌 증인이 다수 출현했다"며 "짜맞추는 일만 남은 느낌이다. 예상은 했지만 서운하다"라고 했다.

이어 "이미 초기에 증거는 다 없어지고 제일 중요한 사람은 술먹고 기억안난다고 하는데 수사권이 없는 제게 무슨 방법이 있을까"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안하고 수사를 요청하지만 눈은 딴데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벽에 부딪쳐 힘겨워하는 아내는 지금도 반포대교 CCTV를 보다가 잠들었다.세상에 이렇게 CCTV가 많은데 왜 그곳을 비추는CCTV는 없냐고 한다"며 "오히려 한남대교 쪽의 CCTV가 잘보인다는 제안이 있어서 걸어봤지만 안타깝게도 다리의 CCTV는 자살방지용으로 다 다리의 난간을 비추고 있었다"고 말했다.손 씨 아버지는 "문제가 생기면 한강수난구조대가 배로 출동해서 구출한다고 한다"며 "자살하려고 하시는 분들을 방지하기 위해 그렇게 준비가 잘 되어있는데 정작 한강공원은 술먹고 옷입은채로 들어가도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저보고 믿으라고 한다"고 애통해 했다.

이어 "여러분의 관심이 생기면서 언론의 인터뷰요청이 온거지, 누구처럼 언론을 초대한 적도 없고 제가 인터뷰를 요청한 적도 없다"며 "그러니 저보고 그만하라 이런 말은 가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향이 어떻게 흘러가든 전 제가 계획한 일들을 진행할 것이니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주시면 된다"며 "우리나라는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밝힐 수 있고 법이 허용한는 모든 것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 아닌가"라고 전했다.아울러 "부모를 힘들게 하고 있는 아들이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다"며 "언젠간 볼 수 있겠지만 나쁜 아들이 몹시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아직 손 씨 사망과 관련한 공식 발표를 안 한 상태다. 이후 네티즌 사이에서는 실종 당시 동석했던 친구 A 씨의 수상한 정황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면 무고한 사람에게 범죄 혐의를 씌워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경찰이 이런 혼란을 초래한 측면도 있다.앞서 경찰이 실종 당일 새벽 '한 남성이 한강에 입수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4월 25일 오전 4시40분쯤 반포한강공원에서 물에 들어가 서있는 사람을 보았다는 일행 7명을 12~14일 불러 조사했다.

이들 일행은 4월 24일 오후 10시부터 25일 오전 5시까지 낚시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낚시를 한 곳은 신원미상의 남성이 입수한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약 80m 떨어진 강변이다.

당시 입수자를 본 목격자는 5명, 직접 보지 못한 채 물 첨벙거리는 소리와 "아, 어" 등의 소리만 들은 사람은 2명이다. 이들 중 한 명은 "머리 스타일이나 체격을 봐서 남성"이라고 했고 나머지도 남성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18일 새벽 직접 현장을 찾았지만 입수자의 신원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제보의 사실 확인을 끝낸 후 발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