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탐구생활]호반건설③,아파트 더 많이 지은 대우건설보다 급속 성장한 이유

③성장비결 - 보수적인 사업운영, 알짜 자체사업 집중
[편집자주] 호반건설은 조 단위 여유 자산을 가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이다. 2018년 리솜리조트를 인수했고, 다수의 골프장 등을 매입해 자산을 늘렸다. 지난 3월엔 대한전선을 인수하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는 등 화제가 끊이지 않아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호반의 움직임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호반건설이 유명 브랜드를 앞세워 훨씬 많은 아파트를 지은 대형 건설사들 틈에서 급속 성장한 비결은 사업구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원인은 해외 플랜트 사업의 대규모 손실 때문만은 아니다. 대형사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아픈 기억으로 토지 확보를 주저하고 도급사업에 주력한 사이 호반은 발빠르게 땅을 사 시행·시공을 겸하는 '자체사업'으로 많은 이익을 남겼다. 그러나 호반은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고 주춤했고, 주택 건설시장은 경쟁은 격화됐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할 시점이다. IT기업 버금가는 높은 이익률
호반이 5년 전 분양한 경기 하남 '미사강변 써밋플레이스' 사업을 분석해 고수익 사업구조를 살펴보자. 2015년 LH공사가 내놓은 3만3849㎡ 규모의 땅을 '호반건설주택'이란 회사가 1871억원에 낙찰받았다. 땅을 산 호반건설주택은 시공사 호반건설에 아파트 건설을 맡겼다. 호반건설주택은 이듬해 아파트 846가구와 상가 240호를 분양해 대략 6400억원 가량을 거둬들였다. 공사를 한 호반건설 등은 아파트 건설비(분양공고상 대지비·건축비 기준)로 3300억원을 받았다. 나머지 약 3200억원은 호반건설산업이 챙겼는 데 1871억원 땅값과 일부 금융·사업비용 등을 제외하면 모두 순이익이다. 호반건설주택은 이후 ㈜호반으로 이름을 바꾸고 2018년 호반건설과 합병한다.

호반건설이 얻은 시공이익까지 합치면 당시 호반그룹 차원의 매출대비 이익률은 네이버나 넥슨 등 IT기업과 비슷한 높은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무렵 호반이 분양한 아파트는 스카이리빙, 베르디움리빙, 에이치비토건 다양한 관계사·계열사가 시행하는 비슷한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저가입찰로 LH아파트 지은 대형사
호반건설의 분양에 앞서 이뤄진 인근의 미사강변도시 A28블록 공공분양 아파트 사업은 구조가 달랐다. 대우건설은 이 사업을 땅 주인 LH로부터 최저가 입찰로 따내 1500여 가구의 아파트를 지었다. 대우건설은 공사비로 1700억원 가량을 받았을 뿐이다. 시멘트와 철근 등 각종 자재비와 공사 인건비를 제하면 큰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 2010년대 초중반 대우건설 등 대부분 대형사들의 자체사업 비중은 30%대를 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매입했거나 시행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보증해줬으나 분양하지 못한 이른바 '물려있는' 사업장도 상당했다. 이 때문에 2016년 3만42가구(임대포함)의 주택을 지어 2010년부터 7년 연속 주택건설 실적 1위를 차지한 대우건설을 비롯해, 대형건설사들의 수익성은 호반에 못미쳤다. 게다다 아파트를 분양해 번 돈으로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 메꾸기에 바빴다. 호반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 전인 2010년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전국 택지지구 토지를 사들여 사업에 나섰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기분양 사업장 분양율이 90%가 넘지 않으면 신규사업에 나서지 않는 등 보수적인 사업 기조를 유지하면 힘을 길렀기 때문이다. 미분양이 났을 때 아파트를 떠안을 위험을 감수한 대신 도급에 비해 큰 수익을 얻었다.
대형 건설사의 반격, 사업 다변화로 대응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호반 그룹은 2010년대 후반 주춤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호반을 공시대상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계열사 정리, 상속 등에 발목이 잡혔다. 2018년 공급 가구수가 전년 1만364가구에서 4070가구로 반토막났다. 그 사이 호반과 비슷한 전략으로 땅 확보에 나선 중흥건설 우미건설 반도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공격적으로 토지 확보에 뛰어들었다. 대형사들은 해외 플랜트로 입은 내상을 치료하고 본격적으로 여유자금을 사용해 토지 확보에 나섰다. 호반은 이듬해인 2019년에도 5437가구를 짓는데 그쳤다.

호반은 지난해 아파트 1만527가구를 공급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시행까지 맡은 자체사업은 아산 탕정과 당진 등 7개 사업장 4976가구에 그치며, 수익성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 군인공제회, 대전용산개발 등이 시행하는 도급사업을 수주하고, 서울 양천구의 재개발 사업을 성공시키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이 기사는 05월20일(08:2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