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생글이 통신] 수학 선행학습,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정도까지가 바람직하죠

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선행학습이 필요하다면, 각자의 수준을 잘 판단해 적절한 시기와 양을 정한 뒤 그 안에서만 해야 합니다. 보통 공부할 과목이 많은 학기 중보다 방학 때, 다음 학기 또는 다음 학년 범위 정도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도 학습 목표를 확실하게 정해야 합니다.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너 (수학) 선행 얼마나 했니?”라는 말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하는 인사말처럼 돼버렸습니다. 다음 학기 선행을 넘어서 1, 2년 뒤 학교에서 배워야 할 교과 내용을 학원에서 미리 익히는 것은 예삿일이고, 초등학생이 미적분까지 진도를 나갔다는 말도 이젠 이상하지 않게 들릴 정도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3, 4학년 때 배우는 수학을 쉽게 여기는 것처럼, 선행학습을 하면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범위도 쉽게 풀 수 있다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선행학습을 하면 정규 수업과정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선행학습이 공부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도

선행학습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선행학습은 사교육을 통해 이뤄지는데, 해당 학년에서 공부할 범위보다 많은 내용을 제한된 시간 안에 다뤄야 하기 때문에 공부의 깊이가 얕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진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대부분 학원은 기본 개념과 공식만 알면 풀 수 있는 문제만 짚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선행학습을 합니다. 이 경우 하나의 문제를 가지고 깊게 고민하면서 키울 수 있는 사고력이 크게 저하돼 고등학교, 더 나아가 많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시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크게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좌절할 수 있습니다.또한 몇 년 뒤에 배울 내용을 먼저 배웠더라도, 그 내용을 다루는 학년이 됐을 때 미리 학습한 내용을 적용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인간의 뇌는 한 번 배운 내용을 주기적으로 복습하지 않으면 많은 부분을 망각합니다. 진도에 치중한 강의는 이전에 배운 내용을 충분히 복습할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선행학습한 내용을 잊고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과 돈이 낭비된 셈입니다. 복습을 주기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현재 학년의 공부에 소홀하게 돼 충분한 학습역량을 기를 수 없게 됩니다. 이런 단점들이 모여 선행학습이 오히려 학생의 공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학 공부는 개념-응용-심화 3단계로 해야

공부는 기본적으로 개념-응용-심화의 3단계를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응용문제를 풀기 어렵다면 많은 기본 연습문제를 접하면서 어떻게 문제를 이해하고 개념과 공식을 활용할 수 있을지 몸으로 익혀야 합니다. 응용문제도 쉽게 풀 수 있게 되면, 난도가 한 단계 더 높은 심화문제에 도전하면 됩니다. 문제 하나에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자신이 아는 방법을 다 동원해보고, 새로운 방법도 도전해보면서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사고하는 능력뿐 아니라 학년을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공부량도 이겨낼 끈기를 기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선행학습이 필요하다면, 각자의 수준을 잘 판단해 적절한 시기와 양을 정한 뒤 그 안에서만 해야 합니다. 보통 공부할 과목이 많은 학기 중보다 방학 때, 다음 학기 또는 다음 학년 범위 정도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도 학습 목표를 확실하게 정해야 합니다. 전반적인 내용을 익혀 해당 학기에 익숙한 상태로 학습하는 게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의 문제해결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는, 특히 경시대회나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더 다양한 문제와 난도 높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을 목표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주변의 ‘우리 애는 미적분까지 배웠어’ 같은 소리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단계에 맞는 학습을 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생글기자 13기, 연세대 경영학과 20학번 조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