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백기 든 자영업 '줄파산'…"재기 막는 '낙인' 지워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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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파산 신청 5년來 최대
자영업 줄도산에 직원들도 직격탄
일자리 끊기자 회생 아닌 파산行
서류 29종→14종 간소화도 한몫
법조계 "낙인규정 완화해야"
돌보미·부동산 중개 등 취업 제한
파산은 사실상 '경제적 사형 선고'
"완화땐 도덕적 해이 부른다" 지적도

‘자영업자’ 쓰러지니 ‘직원’까지…파산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들이 줄줄이 폐업하자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은 것이 개인파산 신청 증가의 주요 배경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최동욱 법무법인 서울 변호사는 “대표적인 사례로 코로나19 이후 학교 단체 급식 일감이 끊기자 국내 김치 납품업체가 줄줄이 도산했다”며 “해당 업체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개인파산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50대 남성 박모씨 역시 일하던 음식점이 문을 닫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올해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여러 음식점을 전전하며 생활비를 벌었는데 최근 월세 등 생활비 부족으로 여기저기 빚을 졌다”며 “일하던 음식점이 폐업한 뒤 새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 결국 파산 신청까지 했다”고 토로했다.특히 일용·임시직의 고용 회복이 더디다 보니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 중 적지 않은 이들이 파산으로 넘어가고 있다.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줄고 개인파산이 늘고 있는 것이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지난 4월 한 달간 6987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36건 줄어든 수치다. 최 변호사는 “빚의 상당액을 탕감받은 뒤 일정액을 갚아나가는 개인회생이 아니라 파산을 선택해야 될 정도로 수입이 끊긴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파산 낙인 규정 개정하라”
다만 파산부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서류 간소화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 등 ‘모럴 해저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법원 차원에서 채무자의 세금 및 재산 현황을 꼼꼼히 추적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서류를 내게 하는 등의 조치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아/남정민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