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4조원 대미투자 韓기업에 세제·인프라 지원 요청

문승욱 산업부 장관, 美 상무장관과 협력 논의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우리 기업의 44조원 규모 대미 투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세제, 인프라 등 인센티브 지원을 요청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직후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과 가진 별도 자리에서 기업 투자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내용의 지원책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장관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한미간 교역‧투자가 안정적으로 유지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양국은 특히 상호 보완관계인 핵심 경제 파트너라는데 동의하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등의 협력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양국 기업들의 투자가 차질없이 이행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지속하기로 했다.

문 장관은 "양국은 상호 핵심 경제파트너로 한국은 제조역량, 미국은 혁신기술이라는 장점을 보유한만큼, 기업들이 앞으로도 상호 보완적인 공급망 협력을 통해 조화롭고 복원력 있는 안정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산업부와 미 상무부가 공동 주최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양국의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백신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해 핵심산업 공급망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교역·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기업들의 투자계획도 발표됐다.

삼성전자는 증가하고 있는 미국 내 파운드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파운드리 공장 신설에 17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기지 및 충전 인프라 확충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2025년까지 74억달러를,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GM와 합작한 테네시주 배터리 공장을 포함해 2025년까지 누적 1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R&D 센터 설립에 10억달러를 들인다.

미국 기업의 국내 투자 계획 발표도 이어졌다. 듀폰은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R&D 센터를 한국에 설립하기로 했다. 한국 중소기업과 상생협력에 8500만달러를 투입한 퀄컴도 협력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GM, 노바백스 등 다른 미국 기업들도 향후 배터리 및 백신 등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 있다고 언급했다. 문 장관은 이날 "투자로 인한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미국 정부에서 재검토중인 무역확장법 232조와 관련해 한미 철강산업간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를 통해 미국 제조업 회복이 이뤄지도록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청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2018년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철강, 알루미늄 수입재에 관해 부과한 수입 규제 명령의 근거가 된 법이다. 특정 수입 품목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대통령의 수입량 제한, 관세 부과 권한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 보호무역의 근거로 작용해 온 해당 법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개정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