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대만해협 위기 때 핵전쟁 날 뻔…미, 中본토 타격 추진"

'펜타곤 페이퍼' 유출 엘스버그가 복사한 보고서 원문 공개

1958년 대만해협 위기 때 당초 알려졌던 것보다 핵전쟁 위험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1970년대 초 베트남전 관련 기밀을 담은 '펜타곤 페이퍼'를 언론에 유출한 대니얼 엘스버그가 몰래 복사해놓은 1966년 기밀 보고서를 인용해 미군 지도부가 대만해협 위기 당시 중국 본토에 대한 선제 핵 타격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문제의 보고서는 이후 미 정부가 일부 내용을 삭제한 뒤 대중에 공개했으나, 엘스버그의 복사본에는 원문 내용이 전부 담겼다.

정부가 공개한 보고서에도 미 공군이 중국에 대한 핵 공격을 검토했다는 사실이 적혔으나, 보고서 원문은 이러한 핵전쟁 위기가 알려졌던 것보다 심각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NYT가 평가했다. 새로 공개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당시 태평양 지역 미 공군 최고 지휘관이었던 로런스 커트너 장군은 한 회의에서 중국의 공군 기지에 대한 선제 핵 공격 인가를 주장하면서 "지리적으로 (공군기지로) 전쟁 범위를 제한하는 계획에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은 당시 소련의 보복 핵 공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미군 지휘부는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선 트위닝 당시 합참의장은 선제 타격이 "대만과 어쩌면 오키나와에 대한 핵보복을 불러올 것이 거의 확실하다"면서도 "대만해협 연안의 섬들을 지키는 것이 국가 정책이라면 그러한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미군 지휘부의 핵 타격 제안을 거부하고 우선 재래식 무기에 의존할 것을 결정했다고 한다.

다만 보고서는 미국에서 아무도 한국전쟁과 같은 장기간의 재래식 전쟁을 다시 시작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이 이러한 작전(대만해협 섬들에 대한 포격)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핵 타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만장일치의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보고서 원문 복사본은 엘스버그가 지난 2017년 자신의 홈페이지에 조용히 공개했으나, 미공개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된 것을 계기로 원문 내용을 NYT에 알린 엘스버그는 "대만을 둘러싼 또 다른 핵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중과 의회, 행정부가 당시 논의에 주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