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軍급식] ①연이은 폭로…"감방보다 못한 군대" 질타

군 지휘관회의만 네차례 '당혹'…제보 한달새 30건 넘어
군수뇌 잇단 사과…지시 불이행·허위보고 등 문책 따를듯

[※ 편집자 주 = 휴가 복귀 후 격리된 병사에게 제공된 도시락이 부실하다는 제보가 나온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국방부가 지난 7일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부실 급식 폭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부실 급식 실태와 취사 환경, 개선대책 등을 세 꼭지로 나눠 일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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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월급의 점진적 인상과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허용 등 장병 처우가 개선되는 데도 가장 기본인 급식이 부실하다는 폭로가 계속되고 있다.

군 수뇌부가 잇달아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방부가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병사들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최근 격리되는 병사들이 부실한 도시락을 받아 들고 "감방이랑 뭐가 다르냐. 휴가 다녀온 게 죄냐"라는 등의 불만을 SNS(소셜네트워크)에 쏟아내고 있다. 욕구 분출이 직설적인 MZ세대 병사들의 성향에 둔감했던 군도 이번 폭로 사태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휴가와 외출·외박을 꽁꽁 묶어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통제하던 군이 병사들의 집단 휴가를 시행하면서 예방적 격리자 처우에 신경을 쓰지 못한 탓이 크다.

제보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를 통해 23일 현재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격리 병사들의 요구는 생활관에 있는 전우들과 같은 음식을 정량대로 배식해 달라는 것이다.

SNS를 통한 MZ세대 병사들의 거침없는 목소리에 서욱 국방부 장관과 남영신 육군총장이 고개를 숙였다.

격리 병사 급식 문제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가 네 차례나 열리는 초유의 일도 발생했다.

국방부는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충남 계룡대 지역 21개 부대의 격리자 급양 실태에 대한 감사에서 지시 불이행이나 허위 보고, 식자재 조달 비리 등의 혐의가 적발되면 엄중 처벌한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이번 사태는 결과적으로 코로나19 격리 장병에 대한 군의 대비가 부족했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번 기회에 급식과 피복 등 군 급양 체계를 전면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강하게 제기된다.

지난달 18일 이후 부실 급식과 열악한 격리시설을 포함한 군내 각종 부조리의 주요 고발 창구가 된 '육대전'에 올라온 제보는 30건을 훌쩍 넘었다.

이 가운데 부실 급식 관련 제보는 지난 20일까지 13건에 달하는 등 전체의 40%에 육박했다.

51사단 소속의 첫 제보자 이후 메인 반찬과 국이 없는 도시락 사진(특전사 예하 부대), 일회용 스티로폼 도시락에 밥과 한 숟갈 정도의 불고기, 깍두기 2쪽이 담긴 도시락 사진(공군 수도권 부대), 생일 케이크 대신 지급된 1천 원짜리 빵 사진(대구 육군 부대) 등 '분노의 인증샷'이 이어졌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격리 병사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달 26일 서욱 장관 주관으로 '코로나19 대비 군 방역태세 강화를 위한 긴급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고 배식 시 간부 입회 등의 급식체계 개선책을 내놨다.

그러나 격리 장병의 선호 메뉴를 10∼20g 증량 배식한다는 웃지 못할 대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장난하냐?" 등의 비판 목소리가 온라인을 달궜다.

국방부는 지난 7일 다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거쳐 간부 중심의 배식 관리 체계를 강화해 격리 장병에게 일반 장병과 똑같은 수준의 배식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하루 8천790원의 급식비를 내년부터 1만500원으로 인상해 장병의 한 끼 급식비를 3천500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후 서 장관은 일선 부대를 수시로 돌아다니며 간부들에게 '정량·균형 배식' 원칙 아래 메뉴 누락 없이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라고 신신당부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지시와 대책에도 국방부 직할부대인 계룡대 근무지원단 예하 부대에서 '쌀밥과 볶음김치, 오징어가 없는 오징어국' 등 부실한 조식이 제공됐다는 제보가 나왔다.

국방부는 당일 저녁 제보 내용을 사실상 부인했다가 이틀 만에 "추가 확인 과정에서 제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라고 입장을 바꾸며 체면을 구겼다.

부실 급식 폭로 이후 지난 20일 네 번째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 당일에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반찬과 국이 없는 식판과 시리얼 정량이 모자라는 사진이 올라왔다.

"저희 격리 장병들에게는 국방부의 지침이 닿지 않습니다"라는 제보자의 글이 현 상황을 말해준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지난 7일 내놓은 종합대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일선 부대 취사장에는 취사병(조리병)과 민간조리원을 비롯한 급식을 관리·감독할 급양 관리관도 태부족이다.

맛있는 급식과 배식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이다.

여기에다 식자재를 조달하는 시스템도 병사들이 선호하는 품목을 구매할 수 없는 실정이어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부실 급식 등의 문제가 SNS를 통해 이처럼 확대될 줄 상상도 못 했다"면서 "단기적 대책이 능사가 아니라 이번 기회에 급양 체계를 모조리 손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