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자문위 "가상화폐 선제적 규율 못 해 아쉽다" 쓴소리

"가상화폐 관련 젊은 투자자들 피해 커지고 있어"
우선 과제는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정상화'
가상·암호화폐 열풍에 따라 투자심리를 이용한 '다단계 사기' 의심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상화폐 관련해 선제적으로 시장 규율에 나서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용진 금융발전심의회 산업·혁신분과위원장은 지난 20일 진행된 금융위원회 '정책평가 워크숍'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발전심의회는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금융위원회 정책자문기구로, 이날 워크숍엔 금발심 위원장과 분과위원장 4명도 참석했다. 이 자리는 지난 4년간 금융위가 추진한 정책 성과와 향후 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용진 산업·혁신분과위원장은 "인터넷은행이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고신용자 위주로 영업하고 있다"며 "암호(가상)화폐와 관련해 젊은 투자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 선제적으로 시장 규율에 나서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위의 대응이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그간 금융위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로,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을 정부가 다 보호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중복 규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김이배 자본시장 분과위원장(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은 "금융혁신을 위한 금융위의 규제 완화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내부통제·회계 제도 등 경우 과잉·중복규제가 많아 기업의 수범비용(규칙을 지키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과다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금융위는 앞으로의 과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증가한 유동성의 정상화를 꼽았다. 금융위는 "방역·경제·금융여건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실물경제 회복 기조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단계적 정상화 방안을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쏠림 위험에 대응하면서, 뉴딜 등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 흐름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규제와 감독관행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빅테크 등장과 관련해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도록 규율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다. 금융회사의 책임판매 관행을 확립하고, 일관된 금융규제·감독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한층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지난 4년간 주요 정책성과로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방안(100표)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설문조사는 금융위 직원 277명의 대상으로, 39개 정책과제 중 5개 과제를 중복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어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89표) △숨은 금융자산 찾기(82표) △오픈뱅킹 도입(80표) △코로나19 시장불안 대응(71표) 등의 순이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