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트코인 규제 내놓나"…옐런·겐슬러 입에 쏠리는 관심 [조재길의 뉴욕증시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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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EC 위원장 및 재무장관, 연속 하원 출석미국 뉴욕증시의 하락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 경고가 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유동성을 쏟아 부으며 주가를 끌어 올렸는데, 조만간 긴축에 들어갈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는 듯합니다.
"암호화폐 강경 대처" 가능성…Fed 이사도
찰스 엘리스 "물가 급등 지속하면 증시 폭락"
이번주 PCE 가격지수·테이퍼링 발언 등 주목
엔비디아·스노플레이크·HP 등은 1분기 실적
가장 주시하는 지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뛰면 미 중앙은행(Fed)이 조기 긴축 압박을 더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투자컨설팅 업체인 그리니치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이자 베스트셀러 ‘패자의 게임에서 승자가 되는 법’(Winning the Loser’s Game)을 쓴 찰스 엘리스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물가가 Fed 목표치를 크게 뛰어 넘으면서 주식 및 채권 시장이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엘리스는 “돈의 가치가 워낙 떨어지다 보니 채권을 사봤자 실질적인 이득을 보기 어렵게 됐다”며 “인플레이션이 채권뿐만 아니라 주식 가치도 떨어뜨릴 것이란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주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지면서 증시도 부진했습니다. 물가와 역상관 관계를 보여온 나스닥 기술주들이 암호화폐 가격과는 대체로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동안 급등했던 데 따른 하락의 구실을 찾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번주엔 어떻게 될까요.아래는 매주 월요일 아침 국제부 정인설 기자와 함께 진행하는 유튜브 한국경제신문 채널 방송 내용입니다. 오전 8시 20분부터 생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의 뉴욕증시 마감 시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
다우 지수는 0.36% 오른 34,207.84로 마감했지만 S&P 500 및 나스닥 지수는 하락했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0.48% 떨어진 13,470.99로 장을 마쳤습니다.
경기 지표는 호조를 보였습니다. IHS마킷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계절 조정치)는 61.5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60.5)도 웃돌았습니다.같은 달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70.1로, 역시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각국 규제 우려로 크게 떨어지면서 기술주들이 동반 하락했습니다.이날 바이든 정부가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지출 법안의 규모를 1조7000억달러(10년간)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대규모 지출에 반대하는 공화당 동의를 얻기 위해 종전(2조3000억달러) 대비 6000억달러 낮춘 겁니다. 하지만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제시한 8000달러와는 차이가 큽니다. 법안이 구체화되면 인프라 관련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개별 종목 중에선 포드가 전날 신규 전기 픽업트럭 F-150 공개 이후 12시간도 안 돼 사전 예약 물량이 2만 대에 달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6% 이상 뛰었습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하룻동안 2.52% 하락한 20.15를 기록했습니다.
한 주간으로 보면, 다우와 S&P 500 지수는 소폭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상승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증시에 큰 변수로 등장했는데.
거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장 단속에 나서면서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증시는 과거와 달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주와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이 특이합니다. 이 때문에 증시 변동성이 당분간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최근 들어 암호화폐 가격이 줄줄이 반토막이 난 것은 미국과 중국의 규제 소식이 결정타였습니다.중국 국무원은 지난 21일 류허 부총리 주재로 금융안정발전위원회 회의를 열고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행위를 타격해 개인의 위험이 사회 전체 영역으로 전이되는 것을 단호히 틀어 막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암호화폐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겁니다.
미 재무부도 하루 앞선 지난 20일 “암호화폐가 조세 회피 등 불법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며 1만달러 이상 거래할 땐 반드시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이번주에도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관련 언급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는 24일 코인데스크가 주최하는 콘퍼런스에서 ‘디지털 통화’를 주제로 연설에 나섭니다.
26일엔 암호화폐 전문가로 통하는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27일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각각 하원 증언대에 섭니다. 둘 다 암호화폐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번주에 가장 눈여겨봐야 할 증시 이벤트를 꼽는다면.
역시 물가지수를 주시해야 합니다. 오는 28일 Fed의 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발표됩니다.
4월의 PCE 가격지수가 시장 예상(월스트리트저널 기준 3.0%)보다 높은 것으로 나온다면, 장기 국채 금리를 자극하고 긴축 기조로의 전환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지난 3월의 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2.3%, 음식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가격지수는 1.8% 각각 상승했습니다.이달 중순 발표됐던 4월의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4.2%(근원 CPI는 3.0%) 뛰었던 터여서, PCE 가격지수 역시 예상을 웃돌 수 있습니다. Fed는 팬데믹 기저효과 때문에 4~5월 물가가 일시 급등할 것이란 전망을 해왔습니다.
▶테이퍼링 등 긴축 신호가 나온 상태여서 더 예민한 것 같다.
Fed의 긴축 전환 신호가 조금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관련 지표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4월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지난주 공개됐는데, ‘일부 위원’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경우 자산 매입 프로그램 조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는 별도 토론회에서 “테이퍼링 논의를 늦추기보다는 서둘러야 한다”며 “자산 매입을 줄일 땐 주택저당증권(MBS)가 먼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Fed 내부에서 조기 테이퍼링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사람은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뿐이었습니다.Fed는 작년 팬데믹 발생 후 매달 800억달러의 국채와 400억달러의 MBS를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 등 Fed 내 다수는 ‘물가와 고용 목표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때까지 지금과 같은 테이퍼링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습니다.
카플란 총재도 이날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어 걱정”이라면서 “Fed가 선제적으로 행동하는 게 낫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의 뉘앙스도 조금 달라졌다는 평가입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세가 내년 초는 돼야 누그러질 것 같다”고 했습니다. “4~5월의 물가 급등은 일시적 현상”이란 파월 의장 발언과는 다른 맥락입니다.
테이퍼링을 본격화할 시점이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지에선 테이퍼링을 언제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나.
Fed가 “4~5월 물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예방 주사를 놔 왔지만 문제는 물가가 시장 예상보다 더 뛰고 있다는 겁니다. 조기 테이퍼링 주장에 무게가 쏠리는 배경입니다.
특히 지난 FOMC 회의는 4월 물가지수 발표 이전에 이뤄졌습니다. 일부 Fed 위원들이 예상보다 낮은 물가상승률을 전제로 하고서도 테이퍼링 논의 착수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셈입니다.
시장에선 Fed가 오는 8월로 예정된 연례 경제정책 토론회인 잭슨홀 미팅이나 9월 FOMC에서 테이퍼링 착수 시점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Fed는 작년 잭슨홀 미팅에선 평균물가목표제(AIT) 도입을 발표했습니다.이후 11월 또는 12월 FOMC 회의에서 공식 발표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실제 테이퍼링에 착수할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좀 더 많은 힌트는 다음달 FOMC 점도표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자산 매입 축소는 증시엔 ‘위험 신호’로 여겨져 왔습니다. 유동성을 회수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Fed가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는 만큼 과거와 같은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던 2013년 5월엔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처음 시사한 직후 세계 금융 시장이 일시 폭락한 적이 있습니다.이번주 예정된 Fed 인사들의 연설에서 추가 힌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금주에도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 랜들 퀄스 부의장(감독담당) 등이 외부 행사에 나섭니다.
<금주 Fed 인사들의 연설 일정>
24일(월)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 /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 /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 /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
25일(화) 랜들 퀄스 부의장(상원)
26일(수) 랜들 퀄스 부의장(하원) /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하원)
27일(목) 재닛 옐런 재무장관(하원)
▶또 다른 경제 지표로는 어떤 게 있나.
27일 1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가 발표됩니다. 지난달 말 나왔던 잠정치(6.4%)보다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기 지표가 호조를 띠면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질 전망입니다.앞서 25일엔 콘퍼런스보드가 현행(5월) 소비자 신뢰지수를 내놓습니다. 이밖에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개인소득 역시 미국의 경기 회복세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주 예정된 주요 경제 지표 일정>
25일(화) 소비자 신뢰지수(5월, 전달은 121.7) / 신규 주택판매(4월, 전달은 102만 채)
27일(목)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 미 경제 성장률 수정치(1분기, 잠정치는 6.4%) / 내구재 수주(4월, 전달은 0.8%) /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제조업활동지수(5월, 전달은 31)
28일(금)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4월, 전달은 2.3%) / 개인소득(4월, 전달은 21.1% 증가) / 개인소비지출(4월, 전달은 4.2% 증가) / 상품수지(4월, 전달은 906억달러 적자) /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5월, 전달은 72.1)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 중 주목할 만한 곳이 있다면.
이번주에 1분기 실적을 내놓는 뉴욕증시 상장 기업은 170여 곳입니다. 이 중에선 엔비디아와 스노플레이크, 세일즈포스, HP, 코스트코, 베스트바이, 노드스트롬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는 지난주 4대 1의 주식 분할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주 실적을 발표하는 주요 기업>
24일(월) 아고라
25일(화) 노드스트롬 애질런트테크놀로지
26일(수) 엔비디아 스노플레이크 갭 애버크롬비&피치 딕스스포팅구스
27일(목) HP 델테크놀로지 세일즈포스 코스트코 베스트바이 달러제너럴 달러트리 이항홀딩스
▶이번주의 핵심 이슈를 다시 정리한다면.
이번주엔 ① 암호화폐에 대한 각국 당국의 추가 규제 언급이 나올지 ② PCE 가격지수가 시장 예상을 웃돌지 ③ Fed 위원들의 테이퍼링 관련 또 다른 발언이 있을지 ④ 1분기 성장률 수정치·소비자 신뢰지수 등 경기 지표가 지속적인 호조를 보였을지 등이 주목됩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