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서 민간병원 못 가게 해 장애인 돼…병원비 월 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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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조차 안 하고 의료비 지원도 없어"군 부대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겠다며 민간병원을 가지 못하게 해 결국 장애인이 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앰뷸런스라도 불러 달라고 외쳤지만 무시"
1기갑여단 예하부대 출신이라는 예비역 장병 A씨는 지난 21일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통해 이 같은 폭로를 하며 자신의 진료의뢰서와 장애인증명서 사진을 첨부했다.A씨는 "저는 1기갑여단의 예하부대에서 박격포반의 장갑차 조종수로 복무하면서 추간판탈출증이 심해지다가 작년 말부터 양팔의 마비증세와 두통과 방사통이 극심하게 왔다"며 "국군수도병원에서는 수술이 급히 필요하다며 수술 날짜 예약까지 잡았지만 민간병원에서 수술받기를 원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3개월 동안 방치됐다. 물론 훈련도 거의 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3월에 10개월 만의 중대 단체휴가를 나오자마자 대학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고 후유증으로 지체장애인 등록이 됐다"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던 탓에 팔다리의 후유증으로 재활병원에서 월 200만원씩 내면서 재활치료하며 입원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만기 전역은 했지만 군생활이 끝나지 않은 기분"이라며 "그 누구도 사과조차 안 하고 군대에선 의료비 부분에서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그러면서 "휴가 땐 수술을 받지 말라는 명령 때문에 군대에서 쓰던 짐도 다 두고 왔었고 후임이 챙겨서 박스에 넣고 간부에게 줬다는데,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못 받았다"며 "방역이라는 명분으로 무자비하게 인권을 무시한 채 부대에 감금시킨 뒤 K방역 자화자찬할 국방부를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제보 내용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며 반박했다.
군 당국은 "부대에서는 제보자에 대해 진료여건을 최대한 보장했고 요청한 사항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조치했다"며 "특히 게시글에 언급된 '민간병원에 가길 원한다고 했더니 군병원에서 가능한 치료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수차례 민간병원으로 보내 달라고 해도 코로나19로 휴가 제한이 있어서 휴가 제한이 풀리면 가라'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민간병원에서의 진료 여건을 보장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A씨는 23일에도 재차 글을 올려 "최소한 사과라도 할 줄 알았는데 (군에서) 하는 말이 '최선을 다했다'라는 것뿐"이라며 "진상조사라도 했는지 의문이고 저한텐 따로 연락도 없이 저런 식으로 결론짓고 묻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의 몸 상태와 수술 등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은 어머니, 여자친구, 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3월 초에는 간부연구실에서 1시간이 넘게 제발 휴가를 보내주던가 앰뷸런스라도 불러 달라고 언성을 높였었다. 간부들한테 한 번도 대들었던 적이 없었는데 이땐 정말 생존을 위한 외침이었다"며 "저는 명백히 군의 잘못된 대처로 인한 공상이라고 생각하는데 (군에서) 뭐가 잘못인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