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석칼럼] 글로벌 가치동맹, 왜 미국인가?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미국은 한국과 자유주의적 패권(Liberal hegemony)을 공유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행간을 잘 살펴 한국은 패권적 시각으로 이번 한미 정상 회담 성과를 활용해야 한다.
한국에게 좋은 기회다.
이번 달 19일부터 23일간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정상은 양국 관계가 “지역 및 세계 질서의 핵심축(linchpin)”이고 그 “중요성은 한반도를 훨씬 넘어선다”라고 밝혔다. 한-미 동맹이 이전보다 한 단계 상승한 ‘글로벌 가치동맹’으로 올라섰다는데 의미가 크다.

앞으로 한국이 감당해야 할 역할과 책임의 영역이 한반도와 북핵이라는 지역적 제약을 벗어나 미국과 함께 동북아는 물론이고 세계 질서의 중심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글로벌 동맹’이다. 그리고 한·미가 중국이라는 이름만 노골적으로 거명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공산주의 ‘중국 견제’를 위하여 자유민주주의·인권 등 가치의 실현과 국제 규범 준수를 위한 기존의 ‘가치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뜻을 같이했다.

한미 ‘글로벌 가치동맹’은 한국과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상대로 실현하자는 것이다.
한·미 동맹은 6·25 전쟁 후 안보가 핵심축이었지만 경제동맹으로 발전해 대한민국 번영의 기초가 됐고, 민주화의 길에 들어서면서 자유·민주·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한·미 동맹에서 안보, 경제, 가치는 구분할 수 없는 한 묶음이었는데 이번 정상회담으로 지역이 세계로 확대된 것이다. 이는 한국에 큰 기회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한국의 동맹역할을 한반도가 아니라 인도양, 태평양으로 쿼드(Quad) 등으로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히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는 안보는 물론이고 반도체 등 첨단기술, 디지털 화폐·달러와 금융 패권 등 경제 분야를 넘어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이념 가치까지 전방위로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한미동맹이 조금씩 약화하는 모습을 보였느나 미국은 한국이 미·중 패권 전쟁에서 꼭 필요한 동맹이어서 내치지는 못하고, 대안으로 일본, 호주, 대만, 인도 등에 한국의 역할을 분산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일본이 오히려 미국의 첨단 정보시스템 공유, 항공모함 보유 등 군사력을 강화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말았다. 미국은 한국이 친중, 좌경화한다면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국을 포기할 차선책도 고려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자신들의 희망 사항을 그대로 요구한 것이 공동 정상회담으로 반영되었다. 어찌 보면 최후통첩이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은 글로벌 가치동맹을 수용했다. 이번 기회에 한국은 수출 등 현실적인 문제로 중국을 의식하는 미국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이른바 ‘전략적모호’ 외교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대만과 남중해 문제를 언급했다. 중국은 반발할 것이고 한국에 보복할 수단을 생각할 것이다. 벌써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이번 한미 정상이 대만 언급은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였다. 그러나 한국은 두려워할 것 없다. 사실 한국이 미국과 글로벌 가치동맹을 강화하면 정작 손해 볼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힘겨운 싸움으로 예상하는 무역 축소에 대비하여 중국 내수 중심의 이른바 쌍순환(雙循環, Dual Circulation) 전략을 선포하고 진행 중이다.

한국은 중국 무역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입을 손해를 걱정할 수 있으나 내용을 살펴보면 전략적으로 한국이 유리하다. 중국시장에 대한 2021년 기준 한국의 중국 수출액은 49,789백만 불(전체 25.1%), 수입은 42,151백만 불(전체 22.5%)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미국 수출액은 30,317백만 불(전체 15.3%), 수입은 23,433백만 불(전체 12.5%)이다. 한국이 미국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 내 가공무역 및 중간재 수출 비중은 무려 79%로 아주 크다. 중국은 한국의 중간재를 사지 못하면 오히려 중국 전체 무역이 타격을 입는다. 중국은 한국을 대체할 나라가 대만, 일본, 베트남 정도밖에 없다. 모두 미국의 영향 아래에 있는 나라로서 중국은 어찌해볼 수 없다. 도리어 한국은 지금 중국이 잠식하고 있는 부가가치 높은 제조 상품의 세계 제일의 공급처가 된다.

한국은 식민주의(植民主義) 또는 제국주의(帝國主義)와 같이 다른 나라를 지배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경험이 없어서 패권적, 거시적 시각이 아닌 자국(自國)의 시각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꾀하다 보니 외교의 폭이 좁다. 한국은 이번 기회를 통하여 패권적 시각에서 국제 외교를 펼쳐야 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서 벗어나고자 인간은 자신의 자유 일부를 사회와 국가에 주고 나라를 만들었다. 그러나 국가(민족)들이 많아지면서 만국에 대한 만국의 투쟁에서 인류는 벗어나지 못하고 연일 전쟁 중이다. 지금도 31개 지역에서 100 명이상이 사망하며 군사분쟁을 하고 있다.

미국은 1944년 브레튼 우즈 협정에서 미국의 해군력으로 전 세계의 무역을 보호, 보장하며 나아가 승전국인 미국 시장까지 조건 없이 개방하였다. 미국은 중국을 1978년 개방시키면서 2001년에는 WTO에 가입하게 하고 중국을 세계 무역시장으로 들어오도록 하였다.

미국이 중국을 자유무역 시장에 끌어들인 것은 소련을 견제할 목적도 있었지만, 중국시장이 개방되면 중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세상을 자유·민주주의 단극체제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자유주의적 패권(Liberal hegemony)을 누리려 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까지 실패했다. 러시아와 중국 때문이다. 러시아는 다극 체제를 원하고 중국은 아예 패권에 도전장을 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하여 세계 질서는 신고립주의 회귀 현상을 보이면서 민족(종족) 주의가 다시 살아나면서 국제질서는 어지러워지고 있다. 무정부 상태의 국제 관계인 ‘현실주의’ 국제질서로 돌아가는 상황에 미국으로서는 곤혹스럽다.

미국의 수출입 의존도(GDP 대비, 2017 기준)는 20% 정도로 나라 문을 닫고 살아도 아무 지장이 없는 국가다. 반면 한국은 66%, 중국은 33%가 넘는다. 미국은 본질적으로 미국과 같은 체제의 나라로 세상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이제 자유주의 패권은 고사하고 중국의 도전이 거세니 중국과 밀접한 한국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에 강력하게 미국과 같이 가자고 요구한 것이다. 필자는 이는 미국이 지닌 패권을 공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본다.

국내 언론이나 정부와 여당은 이번 회담을 놓고 백신이나 반도체 투자를 놓고 평가하는데 중심을 두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중요한 일이고 국가 당면 문제로 권력 안보 차원에서 민심을 신경 써야 하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번 회담을 지속해 발전시키려는 고도의 전략, 전술 마련과 실천에 주력해야 한다. 권력안보 사심이 없이 대한민국 만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는 공기와 물과 같이 미국의 구애가 언제까지 영원할 것이라 착각하지만 국제 외교는 냉정하다. 세계 최강대국이고 우리와 정치이념이 같은 미국이 한국이 필요하다는 이 상황을 우리는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패권 지위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유대인과 같이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유대인과 한국인이 머리가 가장 우수한 민족이라 한다. 이스라엘은 2659년 동안을 세상 이곳저곳을 비참하게 떠돌며 흩어져 살다가 1948년 5월 중동 한복판에 독립국을 세웠다. 9백만 명의 인구로 이란, 이라크 등 13개국 아랍인 1.4억 명들을 압도하며 번영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에서 가장 먼저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백신과 치료제를 확보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 보고 핵심을 잡은 것이다. 미국 인구 1.6%에 불과한 550만 명의 유대인이 금융, 미디어·언론, 정치 등 핵심 분야를 좌지우지하며 미국을 사실상 접수했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 낀 한국은 지정학, 지경학 한계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미국의 힘 때문에 현재 한국은 일본, 중국, 러시아와 대등한 외교를 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와 정치체제가 같으며 미국은 원거리에 있어 한국을 정복할 이유도 없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이다. 미국은 부자이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고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이번 코로나 백신처럼 최고 수준의 과학 대국이다.

지난 시절 미국이 한국만을 위하여 일본을 무너트린 것이 아니고 625 전쟁을 주도한 것은 분명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인연으로 70여 년 이상을 혈맹의 우의를 다져왔고 한국은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지금 미국이 한국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하여 그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했다.

자본주의의 매력과 독(毒)인 대량생산이 이제는 한계성에 다다라 경제성장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고 사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세계 경제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로 한국의 모든 경제 상황이 악화 중이다.

이제 한국이 가지고 있는 북한의 안보 위협, 중국의 노골적인 영향력 행사, 저출산 고령화 문제, 사회통합과 갈등 해결, 항구적인 자주 평화를 위한 국제 외교 등 한반도 정책, 지속적인 성장과 번영, 지속 가능한 자유 민주복지국가, 에너지 환경 문제, MZ세대( 15세~39세 사이) 청년의 현실 문제 해결과 미래 비전 제시는 국가의 시급한 당면 과제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까지 방식으로, 현재 한국 영토 내에서 이러한 문제를 조기에 충분하게 해결하기는 어렵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을 한국의 안방처럼 사용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시장은 미국과 세계시장이고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은 아이비리그를 연고대 처럼 갈 수 있으며 일자리는 미국 전역과 미국 기업이 될 수 있다.

설화에 따르면 어떤 높으신 분께서 열두 동물들의 순서를 정하려 동물들에게 달리기 경주를 시켰고 그 순서대로 동물의 순서가 정해졌다고 한다. 영리한 쥐는 천적인 고양이를 꾀를 내어 경기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고, 근면 성실한 소는 전날 밤 출발하였으며 쥐는 소뿔에 매달려 호랑이와 용까지 제치고 1등이 되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이 한국과 세계질서 중심에 함께 서자고 먼저 요청(강권?)하였다는데 실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미국을 넘어서서 한국이 미국과 같은, 아니 그 이상의 홍익 패권의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시금석이 되길 바란다. 한국은 세계 중심에 설만한 DNA를 가진 민족의 나라다. 중진국을 넘어서, 미국을 넘어서, Beyond America!이다.<한경닷컴 The Lifeist> 박대석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