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1억7000만원…문과 출신도 지원 가능한 벤처캐피털 [김재후의 실리콘밸리101]

안녕하세요.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입니다. 5회부터 실리콘밸리에 취직할 수 있는 길과 이곳 기업들의 연봉에 대해 자세히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지난회에선 그렇게 높은 연봉을받아도 녹록지 않은 이곳 현실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연봉 마지막 편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빅테크 기업으로 키워내는 벤처캐피털에 취직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연봉에 대해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문과 출신이 그나마 노려볼만 한 실리콘밸리 직장(...)입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테슬라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등과 마찬가지로 VC(벤처캐피털)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의 연봉도 각자 계약 방식이므로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들 빅테크 기업 임직원들 수보다 VC의 임직원이 더 적은 만큼 정확한 개별 연봉을 알긴 힘듭니다. 다만 여러 곳의 임직원들을 취재해 대략적이고 평균적인 규모와 연봉이 책정되는 방식에 대해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개별 직원들의 인터뷰를 허락하지 않아 취재 대상을 익명으로 대신하는 점 이해 바랍니다.

연봉은 어떻게 책정되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연하게도 VC의 연봉은 VC의 수익에서 발생합니다. VC의 수익은 펀드 운영에 대한 관리비(수수료)와 투자수익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로부터 받는 성과 보수 등으로 구성됩니다. 규모가 너무 작지 않은 VC의 경우 대개 펀드 운영 수수료는 펀드 규모의 연 2%가량을 책정합니다. 1000만달러, 2000만달러짜리 펀드를 두 개 운영하는 VC의 연간 수수료 수익은 3000만달러의 2%인 60만달러가 됩니다. 펀드가 규모가 크고 숫자가 많다면 수익은 더 올라가고, 반대의 경우엔 월급을 줄 돈도 빠듯하게 됩니다.
실리콘밸리의 회사가 연 60만달러의 매출(수익)이 발생한다면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투자 수익에 대한 성과 보상도 매출(수익)이 됩니다. VC의 성과 보상을 여기선 '캐리'라고 부릅니다. 'Carried-Interest'의 준말입니다. VC의 규모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캐리는 투자이익의 20% 정도가 책정이 됩니다. VC의 능력이 좋고, 성과가 증명이 됐다면 25%까지도 받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1000만달러짜리 펀드에 들어있는 스타트업이 '엑시트(주식상장이나 매각)'해서 펀드가 2000만달러가 됐고, 이를 청산한다고 가정해봅시다. 1000만달러의 수익이 생깁니다. 이 수익을 LP(리미티드 파트너·전주)와 VC가 나누는데, 여기의 룰은 통상 8대2입니다. LP가 800만달러, VC가 200만달러를 가져간다는 얘깁니다. 이 200만달러를 VC의 임직원들이 연봉처럼 나눠갖는 겁니다. 따라서 VC의 연봉은 기본급(베이스 샐러리)와 캐리로 구성됩니다. 이게 VC 직원들의 연봉 방식입니다. 여기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죠.

"VC가 CVC보다 높다"

'실리콘밸리101' 뉴스레터 구독자분들은 이제 아시겠지만,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짐작하시는 벤처캐피털(VC)과 앞에 'Croporate'가 붙는 기업형벤처캐피털(CVC) 등으로 나뉩니다. CVC는 기업이 주체가 된 벤처캐피털로, 실리콘밸리에도 삼성 현대차 LG SK 현대모비스 만도 등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VC는 말 그대로 투자만을 위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충분히 설명해드렸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중인 한국계 대표 VC
오늘 뉴스레터는 연봉이 주제이기 때문에 연봉만 말씀드리면, 평균적으로 연봉은 VC가 CVC보다 더 높습니다. '삼성이나 LG 현대차 SK 등은 글로벌 기업인데,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VC들보다 연봉이 더 적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것 같지만, 사실입니다. 다음은 VC와 CVC 직원들의 공통적인 얘기입니다.

"VC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실적에 따른 보상이 연봉과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습니다. 투자성과와 비례해 연봉이 책정되는 구조란 얘깁니다. 반면 CVC의 연봉은 투자성과에 반드시 비례하지 않습니다. '캐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CVC가 모기업으로부터 독립해 미국 법인으로 '법적으론' 독립돼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삼성 LG 현대차 SK' 등의 이름으로 있기 때문에 그룹사 직원들과 연봉을 크게 벌리기 힘듭니다. 특히 주재원 형식으로 나와 있는 경우 본사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의 연봉에 주재비를 더한 방식으로 연봉이 책정됩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선 VC들의 연봉이 CVC 연봉보다 대체로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때문에 주재원 방식으로 나온 CVC 임직원들은 생활에 다소 제약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재비는 월세 정도를 내고 나면 한국에서 받던 연봉으로 여기서 생활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CVC의 경우 그룹사와 마찬가지로 보너스는 있습니다. 보통 연봉의 15~40% 정도로 책정된다고 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현지에서 채용을 할 경우 뽑게 되는 부하직원의 연봉이 더 높은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실리콘밸리서 활동중인 대표적인 한국계 CVC들

초봉은 15만달러부터

그래서 도대체 얼마냐고 물으시겠죠. 일반적으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후 곧바로 VC에 입사하면, 대략 15만달러 안팎에서 결정됩니다.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들처럼 주식을 따로 지급(RSU)하지는 않고 15만달러가 현금으로 지급됩니다. 여기서 MBA 취득 후 은행이나 해당 분야에서 경력(3년가량)이 있을 경우 20만달러 정도로 더 높아집니다. 한화로 약 2억3000만원가량입니다. 많은 돈이지만, 지난회 뉴스레터에서 봤듯이 여기선 부자처럼 살긴 힘든 금액이기도 합니다. VC가 이 정도고 CVC는 이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습니다. 이렇게 입사해서 일하게 되어 경력이 5년 정도 될 경우 연봉은 25만달러 정도로 오릅니다.

파트너급의 연봉은

VC의 경우 파트너 급이 되면 연봉은 또 달라집니다. VC의 파트너라고 하면, 실제로 회사가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는 스타트업에 자신의 돈도 투자를 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연봉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봉 50만달러를 받아도 회사 펀드에 자신의 돈을 넣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투자 수익에 따라 자신의 연봉도 달라지기 때문에 많을 땐 몇백만달러가 될 수도 있고, 적을 땐 30만~40만달러인 기본 연봉만 받기도 합니다.

CVC의 경우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모회사인 그룹사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한국계 CVC들의 대표급 기본연봉은 40만~80만달러에서 형성돼 있습니다. 구체적인 연봉은 보너스에 따라 달라지는데, 성과가 좋은 해의 경우 한 CVC의 대표는 보너스를 더해 80만달러, 다른 CVC 대표는 100만달러 정도의 연봉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성과에 따라 극명한 연봉차이

VC들은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보다 더 성과 지향적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투자성과가 곧바로 수치화돼 나타나고, 그 성과만으로 임직원의 역량이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과 달리 VC 임직원들의 연봉을 대략적으로만 말씀드릴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VC의 직원들은 성과에 따라 연봉이 그해 바로 바뀝니다. 보통 VC가 투자해서 주식 상장이나 매각 등으로 '엑시트'가 발생했을 경우 그 수익금을 위에서 설명했듯이 직원들에게 분배(캐리)합니다. 한 VC 대표의 얘기를 들어봅시다.

"7년 전 투자한 A라는 스타트업이 IPO(주식공개·상장)를 했고, 이때 회사의 A 투자금 수익을 1000만달러라고 가정해보죠. 여기서 LP들과 운영비를 제외하고 보통 VC들은 이 수익금의 20%를 직원들에게 나눠줍니다. 이 경우에선 200만달러가 해당됩니다. 이 200만달러를 파트너, 심사역, 어드바이저리, 백오피스 등이 나눠 갖게 됩니다. 여기서도 분배 비율이 회사마다 있습니다. 대개 투자를 직접 따온 파트너 심사역 등이 많이 가져가고, 심사역이나 백오피스는 비율이 낮습니다. 백오피스에 있는 사무직원이라면 200만달러의 1.5~2%가량을 받게 됩니다. 엑시트가 발생한 해의 수익은 그해 모두 나눠 갖는 게 원칙입니다. 그래서 많이 받는 해엔 연봉도 많아지고, 엑시트가 없으면 연봉은 기본급만 받게 됩니다. 펀드를 많이 투자하고 투자한 것마다 성공하는 메이저 회사라면 이런 사례가 한 해에도 2개 이상 되겠지만, 보통 한 스타트업이 엑시트하기까지 8~9년이 걸리고, 투자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만도 아닙니다. 그 사이 퇴사를 하게 되면, 분배하는 과정에서 제외되기도 합니다. 미국계 VC의 경우 퇴직자도 챙겨주는 곳도 있긴 하지만요."

이런 식으로 계산된 실리콘밸리 VC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63만4000달러라고 돼 있습니다. 전 세계 VC의 평균(시니어급) 연봉은 15만달러 정도고요. 실리콘밸리 VC들의 연봉이 훨씬 높게 나온 건 일부 메이저급 VC의 파트너급이 매우 높아 생긴 '평균의 함정'일 수도 있고, 실리콘밸리의 투자 성과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로서 실리콘밸리의 연봉 시리즈를 끝냅니다. 메일 독자님들, 오늘 하루의 시작도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주 수요일에 뵙겠습니다.※이 기사는 한경 뉴스레터 서비스로 가입한 이메일로 오늘 새벽에 제공됐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면 한경 뉴스레터(https://plus.hankyung.com/apps/newsletter.list)에서 이메일 주소만 넣어주시면 됩니다.

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