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35조? '노란 메기' 카카오뱅크 논란에 가려진 것들 [김대훈의 뱅크앤뱅커]

사진=연합뉴스
'노란메기'로 불리는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현재 장외 시장에서 35조원대로 평가받는다. 지난 24일 장외 주식 거래 앱인 증권플러스 비상장 거래가격인 주당 9만7000원에 발행 주식 수 3억6500만주를 곱한 결과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를 거뜬히 뛰어넘는 수치이자, 국내 시총 7위로 올라선 모기업 카카오(51조원)에 버금가는 숫자다. 통상 장외 시장에선 거래되는 주식이 적을 수록 고평가가 심하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에 대해 '거품이 끼어있다'는 논란이 가시지 않는 배경이다.

카뱅은 최대 25조원 짜리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업체인 모회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초고속으로 성장했다. 간편 신용대출은 '다른 은행원도 받아가는 대출'로 이름이 높아졌고, 비대면 전세대출 상품을 가장 먼저 내놓기도 했다. 기존 은행들도 비대면 위주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카카오뱅크는 당초 금융당국이 기대한대로 중금리 대출을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기존 금융권에 준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충격 효과'는 상당했다는 평가다.카카오뱅크는 올해말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에 대해 흥미로운 증권사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15조원가량으로 관측했다. 전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IPO 과정에서 2조원의 자본을 충원해 총 5조원 규모로 IPO를 추진한다고 가정했고, 해외 인터넷 은행을 사례 참고해 만든 결과"라고 했다. 그는 "카카오뱅크를 플랫폼 업체라고 가정했을 때의 기업가치는 20조~27조원으로 부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IPO 흥행에 수익이 달린 증권가에선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최소 '10조원+α'로 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익과 자산규모에 비하면 너무 높다는 기존 금융사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시장이 기존 은행의 미래는 어둡게 보는 반면, 인터넷 전문은행의 미래를 그만큼 밝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1위 금융지주 KB금융의 시총은 23조원이다. 자산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596조원, 순이익은 3조5000억원으로 카카오뱅크(자산 26조5000억원, 순이익 1100억원)에 비할 바가 못된다. 덩치에 있어선 KB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우리금융(자산 384조원, 순이익 1조6000억원)의 시총은 이날 기준 약 8조원으로 카카오뱅크에 장외시총에 크게 못 미친다.

금융 지주사 주가 왜 낮나?

금융권에선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논란 외에도 '4대 금융지주 주가가 너무도 저평가됐다'고 여긴다.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은행주'로 꼽힌다. 지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지주 순익에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올들어 적지 않게 올랐지만,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순이익을 올렸음에도(우리금융 제외) 금융주가 주도하는 상승장이 펼쳐진 미국 등 해외 증시와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은행주가 저평가된 근본적 이유로 금융당국의 간섭 수위가 매우 높다는 점을 꼽는다. 정부가 나서 배당 정책에 관여하고, 코로나19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펀드에 대한 출자금을 강요하기도 한다. 골자는 "돈을 번 만큼 내놓으라"는 것이다. 주주가치 측면에서 보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지만, 한국적 금융규제 현실에선 용인돼온 면이 있고, 이런 점이 주가에도 반영돼있다는 것이다.

이제 거품 꺼질까

카카오뱅크 주요 주주는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투자밸류운용), 국민은행, 서울보증보험 등이다. TPG, 앵커에쿼티 등 글로벌 사모펀드도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초기 투자자들은 상장 시 막대한 차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증권업이 본업인 한국금융의 주가는 카카오뱅크의 성장세에 힘입어 고공행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고민하는 것도 이 지점에 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여수신만을 취급하는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지나치게 높고, 이는 인터넷 전문은행 라이선스를 줬던 정부의 후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들은 '우리도 인터넷 뱅크를 하고 싶다'는 건의를 모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금융당국도 공식적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카카오뱅크만 '키워줬다'는 비난을 잠재우는 덴 이만한 '떡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와 고객군이 일부 겹치는 '토스뱅크'의 출범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인터넷 은행 라이선스가 추가로 주어진다면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도 영향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계 인터넷 은행 성공 가능할까

은행들은 대형 은행 지주가 별도로 인터넷 은행을 만드는 안을 요구하는 배경에 대해 '최소한의 전략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라이선스는 열어주는 게 맞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은행계 인터넷 전문은행이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금융권의 한 최고위 관계자는 "조직과 사람이 그대로인 한 따로 소규모 은행을 만들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대형 은행들이 별도 인터넷은행을 만들더라도 은행의 기능을 그대로 이식할 것이고 기존 금융앱과 차별성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실험적 성격의 은행 비즈니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산관리 전문, 중금리 전문, 청년 전문 인터넷 전문은행 등의 실험이 가능하고 경쟁도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국구 영업이 사실상 힘든 지방금융지주 중에서 '스타 인터넷 전문은행'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핀테크 업체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라이선스를 열어주는 게 맞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4~5년간의 금융업 육성이 지나치게 '핀테크 업체' 위주로 흘러갔고, 토스 등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기존 대형 플랫폼 기업 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논리다. 단순하게 인터넷 전문은행만 열어줄 게 아니라 은산분리로 막혀있는 다양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금융사들도 영위할 수 있게 허용해줘야 경쟁과 실험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기존 금융사들의 주장이다.실제 이런 '실험'도 현실화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혁신금융서비스를 받아 추진 중인 배달앱 서비스, 하나은행이 계획하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 등이 그것이다. 정부의 핀테크 육성 정책과 카카오뱅크라는 메기가 금융업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