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1.5조 금융자산에도 신용도 불안한 까닭

차입금 과중…부채비율 높아
나이스, 신용등급 하향조정 예고
글로벌 2위 공조업체인 한온시스템의 신용도에 노란불이 켜졌다. 과중한 차입금과 높은 부채 비율이 재무안정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순차입금의존도가 25%를 넘어서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금융비용과 설비투자(CAPEX)를 합한 금액으로 나눴을 때 배율이 1.5배 이하인 현 상태가 해소되지 않으면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AA)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내부 기준을 세웠다.

순차입금의존도란 총자산에서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올 3월 말 기준 한온시스템의 순차입금의존도는 27.9%다. 2019년 이후 줄곧 25%를 넘고 있다. EBITDA를 금융비용과 CAPEX를 합한 금액으로 나눈 배율도 2019년 1.2배, 2020년 1.1배, 올 1분기 1.2배로 1.5배를 계속 밑돌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친환경차용 공조·열관리 부문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계속 확대하면서 수주 잔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재무적 융통성도 좋은 편이다. 한온시스템은 토지·건물 약 4000억원, 기계장치 1조원, 매출채권 1조1000억원, 금융자산 1조5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하지만 사업 기반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2015년 말만 해도 한온시스템의 순차입금은 -500억원이었다. 올 3월 말 기준으로는 2조20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부채 비율은 242.6%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했다. 이미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 다른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관계자는 “같은 AA급 기업에 비해 재무구조가 눈에 띄게 나빠졌다”며 “주주환원 정책과 설비투자 자금 추이를 확인한 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온시스템은 2015년 한앤컴퍼니에 인수됐다가 최근 다시 매물로 나왔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