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개발 중인 장거리 스텔스 전략 폭격기 '훙(轟·H)-20' 디자인의 컴퓨터 생성 사진(Computer-generated pictures)이 중국 국영 방위산업체가 발간하는 잡지에 공개됐다. 25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방위산업체인 중국북방공업(中國北方工業ㆍNORINCO)이 운영하는 잡지인 '현대무기(Modern Weaponry)'는 최신호에서 H-20 디자인의 컴퓨터 생성 사진 4장을 공개했다.
H-20은 중국이 개발 중인 차세대 스텔스 장거리 전략 폭격기로, 아직 관련 사진이 공식적으로 공개된 바 없다.
H-20 디자인의 컴퓨터 생성 사진을 보면 H-20이 한 개의 무장창, 두 개의 가변익 날개를 갖고 있으며, 기체 전면에 항공 레이더를, 기체 양측에 두 개의 스텔스 기능을 갖춘 공기 흡입구를 장착하고 있다. 또 기체는 전체가 검은 회색의 레이더흡수물질(RAM·Radar Absorbent Material)로 도색돼 있다.
공개된 H-20 디자인의 컴퓨터 생성 사진에 대해 영국의 군사전문잡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DW)'의 항공기 전문가인 존 그레베트는 H-20이 속도보다는 스텔스 기능과 장거리 비행 능력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고 분석했다.
그레베트는 H-20이 '제 2열도선(second island chain)'이나 그 이상 지역까지 타격할 능력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것(H-20이 제 2열도선과 그 이상 지역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자산과 이해관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H-20이 운용되면 그것은 '게임 체인저'가 될 잠재적 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제1 열도선 또는 제1 도련선은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믈라카해협을, 제2 열도선 또는 제2 도련선은 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 근해를 연결하는 가상의 선을 말한다.
미국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하기 위한 군사전략 개념으로 제1 열도선과 제2 열도선을 활용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반접근·지역 거부(A2/AD)' 전략을 통해 미군의 접근을 차단하면서 제1 열도선과 제2 열도선을 돌파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레베트는 H-20이 2020년대 후반에 운용될 것으로 예상한 뒤 중국이 지난 10년 동안 스텔스 기술 분야에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해 왔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H-20 개발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안보 관련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스텔스 장거리 폭격기가 중국에 자신의 해역을 넘어서는 지역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진정한 대륙 간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핵과 재래식 미사일을 장착한 H-20은 인민해방군(PLA) 공군의 교리와 장비 개발 관행을 벗어나는 중요한 돌파구를 제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H-20이 최대 이륙중량 200t, 최대 적재중량 45t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