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제주도민부터 코로나 백신 맞추자고요?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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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우선 맞추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전혜숙 민주당 백신·치료제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4일 회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피해를 많이 입어서 우선 맞도록 하는 것도 이야기가 나왔다"라고 전했습니다.
백신 접종을 '피해 보상'으로 접근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이미 정해놨습니다. 의료기관 종사자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은 65세 이상 노인, 노인·장애시설 거주자 등으로 진행된 뒤 만성질환자, 성인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의료인부터 접종한 것은 코로나 대응을 위해서입니다. 이후 순서는 감염 취약 계층부터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부터 접종해야 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방역에 피해가 될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우선 접종한다면 감염 취약층에게 돌아가야 할 백신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제주도민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을 우선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SNS에 '제주도민 100% 백신 접종으로 '그린제주' 만들기를 제안합니다'라는 글에서 "도민의 안전을 위해 68만 제주도민 전원을 대상으로 백신 우선 접종해 '그린제주'를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김 의원은 "제주도 전체의 접종율을 100%로 끌어 올려 누구나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제주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평상 수준의 관광객이 몰려드는데 도민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제주도 전체가 일본에서 봤던 거대한 크루즈선이 될 수 있다. 선제적으로 준비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정책은 울릉도에도 함께 적용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김 의원의 주장 역시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제주도민에게 우선접종한다 해도 관광객끼리 감염이 이뤄진다면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제주는 현재 비교적 코로나 방역이 잘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5일 현재 확진자 수는 963명입니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0.7%에 해당합니다. 약 70만명인 제주도민 100명 중 0.13명꼴입니다.
더 큰 문제는 형평성입니다. 백신 우선접종 순위에 지역이 기준이 된다면 너도나도 백신 우선접종을 요구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역 간 갈등만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당장 김 의원의 글에는 "세종시 먼저 하자"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코로나 백신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뜩이나 코로나 백신에 대한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백신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방역당국의 전문적인 판단에 근거해야 합니다. 여당이 백신 접종을 두고 불필요한 갈등과 불신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지 돌아볼 일입니다.
조미현 기자
백신 접종을 '피해 보상'으로 접근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이미 정해놨습니다. 의료기관 종사자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은 65세 이상 노인, 노인·장애시설 거주자 등으로 진행된 뒤 만성질환자, 성인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의료인부터 접종한 것은 코로나 대응을 위해서입니다. 이후 순서는 감염 취약 계층부터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부터 접종해야 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방역에 피해가 될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우선 접종한다면 감염 취약층에게 돌아가야 할 백신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제주도민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을 우선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SNS에 '제주도민 100% 백신 접종으로 '그린제주' 만들기를 제안합니다'라는 글에서 "도민의 안전을 위해 68만 제주도민 전원을 대상으로 백신 우선 접종해 '그린제주'를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김 의원은 "제주도 전체의 접종율을 100%로 끌어 올려 누구나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제주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평상 수준의 관광객이 몰려드는데 도민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제주도 전체가 일본에서 봤던 거대한 크루즈선이 될 수 있다. 선제적으로 준비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정책은 울릉도에도 함께 적용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김 의원의 주장 역시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제주도민에게 우선접종한다 해도 관광객끼리 감염이 이뤄진다면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제주는 현재 비교적 코로나 방역이 잘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5일 현재 확진자 수는 963명입니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0.7%에 해당합니다. 약 70만명인 제주도민 100명 중 0.13명꼴입니다.
더 큰 문제는 형평성입니다. 백신 우선접종 순위에 지역이 기준이 된다면 너도나도 백신 우선접종을 요구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역 간 갈등만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당장 김 의원의 글에는 "세종시 먼저 하자"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코로나 백신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뜩이나 코로나 백신에 대한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백신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방역당국의 전문적인 판단에 근거해야 합니다. 여당이 백신 접종을 두고 불필요한 갈등과 불신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지 돌아볼 일입니다.
조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