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외국자본 규제 해야'…부산시의회 토론회 개최

국내 곳곳에서 투기자본이나 외국자본에 따른 문제점이 불거진 가운데 부산지역 유사 사례를 계기로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진호 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 지회장은 25일 오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 공동 주최로 열린 외국·투기자본 규제를 위한 토론회에서 한진중공업 매각, 대우버스 폐업, 르노삼성자동차 구조조정, 풍산마이크로텍(PSMC) 매각 등을 부산지역 사례로 들었다. 한진중공업은 우리나라 최초의 조선소로 한때 부산지역 매출 1위 기업이었으나 주식매매 계약 체결과 실사가 진행 중이다.

대우버스는 1955년 부산 전포동에서 군수용 트럭과 미군 차량을 개조하면서 기반을 닦은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업의 시초로 불렸으나 현재는 생산기지 매각과 베트남 이전이 검토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IMF 외환위기 때 프랑스 르노자동자 그룹에 인수된 이후 자산매각과 상시적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인력 규모는 2012년 5천746명에서 올해 3천700명으로 줄었다.

PSMC는 경영권 분쟁 속 투기자본 매각 논란에 휩싸였고, 공장 부지 개발에 시세차익만 1조5천억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심 지회장은 "중앙과 지방정부는 2000년 이후 외국자본에 너무 관대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기업 유치에만 혈안이 된 탓에 관리 감독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며 "투기 자본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수용 마트 노조 부산본부 본부장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MBK)가 홈플러스 폐점을 전제로 한 매각을 통해 천문학적인 시세차익과 개발이익을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MBK가 홈플러스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지급해 홈플러스가 아무리 흑자를 내도 순이익이 날 수 없는 구조를 만들고, 결국 폐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가야점의 경우 올해 3월 자산유동화 확정 발표가 나왔는데, 기존 안산점, 둔산점, 대구점, 탄방점에 이어 다섯번째 폐점매각 통보가 내려졌다. 안 본부장은 "MBK를 그냥 둔다면 MBK는 투자금 회수의 마지막 수단으로 홈플러스를 산산조각 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부산지역 홈플러스에서 1만명 이상이 상시적 고용불안을 느끼고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 자본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수 없도록 시의회와 지자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도용회 시의회 기획재경위원장은 "문제의 자본은 지역경제나 발전이 아닌 오로지 주주 이익을 우선시한다"며 "해당 기업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해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경우 용적률 자체를 제한하는 등 규제를 담은 조례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