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무는 의혹' 손씨 사망이 일반적인 실족사와 다른 이유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모 씨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스1
"회식 후 귀가하다 실족사", "만취 대학생 옥상서 실족사", "항구에서 60대 선원 시신 발견…실족사 추정", "부산서 실종 대학생 8일 만에 변사체로 발견"….

인터넷에서 실족사와 관련해 검색해보면 이처럼 무수한 사건사고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때로는 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일도 있고 끝내 해소되지 않은 의문을 남긴 사건사고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강 반포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실종된 후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손 모(22)씨의 사건은 이전의 물가 실족사 사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사망 경위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으면서 국민의 의혹이 나날이 증폭돼 가고 있다.

어떤 이들은 애초에 사망한 20대 초반 남성이 의대생이었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고 색안경을 쓰고 보지만 사건을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그런 배경을 배제하더라도 의문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알 수 있다.그렇다면 이번 손 씨 사망 사건은 이전에 접했던 실족사와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길래 이렇게 국민적 관심이 뜨거워진 걸까. 또 끝내 풀리지 않을 의혹은 어떤 것일까.

◆ 너무 차분해서 더욱 슬프다…국민적 관심 이끈 손 씨 아버지 블로그
한밤중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잠들었던 대학생 손 씨가 실종된 지 엿새째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손 씨를 찾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뉴스1
손 씨 아버지는 사건이 나기 전부터 블로그로 삶의 기록을 남겨 왔다.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가족여행의 자취를 남겨두고 훗날 아들이 기억하지 못할 때 보여주기 위한 일기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 기록의 역사는 16년이나 됐다.하지만 이 블로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당초 목적과 달리 손 씨 사망 사건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손 씨 아버지는 4월 28일 '아들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처음 사건을 알렸다.

손 씨 아버지는 "아이가 안 들어왔다는 말에 5시 반쯤 아내와 한강에 나가서 찾았다"며 "경찰이 동선 파악을 했지만 현실은 영화와 달랐다"고 말했다.영화에서는 상황실에서 여기저기를 보고 줌으로 확인하지만 실제로는 일일이 형사들이 협조공문을 보내고 가서 보거나 다운을 받아와야 한다고 했다.

손 씨 아버지는 아들이 실종된 지 사흘이 지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며 "어디선가 술 깨서 올 줄 알았는데 밤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며 "저도 이런 걸 쓰게 될 줄은 몰랐다. 한강에 아들 실종 시간에 놀러 오신 분은 알려달라"고 당부하며 아들 얼굴과 인상착의가 담긴 현수막을 공개했다.

해당 사건이 아들 친구들을 통해 각종 대학교 커뮤니티에 퍼져나가고 기사화되면서 사건은 큰 관심을 끌게 됐다.

손 씨 친구들은 자발적으로 전국 대학교 에타게시판에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목격자 등이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손 씨 아버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실종 당시 최면 수사에 변호사를 대동한 친구 A 씨 "안정 찾으려고"
한강 실종 의대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들/사진=연합뉴스
한강 수면에서 손 씨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걸린 시일은 약 5일. 그동안 손 씨의 마지막 행적을 찾기 위해 친구 A 씨에 대해 경찰은 최면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씨가 변호사를 대동하고 경찰서를 찾은 일이 알려지자 손 씨 아버지는 분노했다. 하지만 그가 언론과 인터뷰에 밝힌 바처럼 그는 감정을 절제하고 수사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들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면 수사는 결국 실패했다. 손 씨 아버지는 A 씨가 실종 당일 새벽 4시 30분에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가 부모를 대동하고 다시 한강에 나와 손 씨를 찾아다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A 씨가 3시 30분경 자기 집에 전화를 걸어 "친구가 술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A 씨와 그 가족이 아닌 경찰의 입을 통해서였다.

손 씨 아버지는 3시 30분에라도 자신들에게 연락했다면 아들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통해했다. 또한 이런 중요한 정보를 자신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A 씨 가족을 향해 의심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A 씨 측 변호사는 "상시 A 씨의 불안감이 고조된 상태라 마음의 안정을 위해 변호사를 대동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한강서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친구가 없다?
대학생 손 모 씨가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지 한 달째 되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 너머로 수색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강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음주를 즐기는 많은 이들이 있고 그들 중 일부는 돗자리를 깔고 토막잠을 자기도 한다. 손 씨와 A 씨 또한 코로나 거리두기 일환으로 술집이 10시까지 영업을 하므로 이후 술 마실 장소로 한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을 여러 차례 오가며 술을 샀고 배달시킨 삼겹살 등과 함께 즐기던 이들은 일반적인 성인 기준으로 만취할 정도의 음주를 한 것으로 추측된다. 다음날 포착된 CCTV 속 A 씨가 바닥에 쓰러지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비추어 볼 때 두어 시간 전에는 만취 상태로 보아도 무방했을 것이다.

하지만 A 씨는 4시 30분에 잠에서 깨어 옆에 손 씨가 없는 것을 알아채고 귀가한 후 이상하게도 자신의 부모와 한강을 다시 찾았다.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네티즌들은 "친구랑 술 마시고 잠들었는데 깨보니 나 혼자면 '이 XX 혼자 가버린거야? 의리 없는 X' 하고 집으로 와서 자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라고 추론했다. 또한 자신의 주머니에 친구 전화가 있고 본인의 전화가 없다면 술에 취해 실수로 바꿔 가져간 것으로 생각해 자신의 전화로 통화를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A 씨는 귀가 즉시 득달같이 부모님과 함께 한강을 찾았다. 이때도 손 씨 부모님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다. 걱정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들이 친구와 술 먹다가 집에 들어왔는데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것을 우려하면 그 새벽에 아들이 술 마신 장소를 부모가 함께 달려가 수색하게 되는 것일까.

과연 A 씨는 귀가 직후 부모에게 어떤 우려를 전했을까.

당사자들 외엔 알수 없지만 '블랙아웃'이라 칭해지는 기억의 부재 속에서도 꽤 마음 편치 않고 위험해 보이는 상황을 떠올렸으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다.

경찰은 사건과 관련해 여러차례 발표를 했지만 A 씨가 귀가한 후 부모와 어떤 대화를 나눴으며 어떤 상황을 걱정했길래 부랴부랴 한강을 다시 찾아야만 했는지는 명확히 밝힌 바 없다.


◆ 친구는 손 씨가 안전하게 귀가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반포한강사건진실을찾는사람들(반진사)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열린 '한강 대학생 실종사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반진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한 달 동안 경찰의 수사가 미흡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 했다. 사진=뉴스1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은 SBS뉴스에 출연해 실종 당일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 씨가 의혹의 빌미를 몇 가지 제공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수사 중인 서초 경찰서에서 강력 6개 팀 생활범죄 1개 팀이 매달려 하고 있다"며 "최초에는 실종사건이었다. 실종은 범죄혐의가 있느냐 없느냐, 시신 발견되면 변사사건에 준해서 타살이냐 아니냐를 분명히 확인한다"고 전했다.

이어 "4시 반에 집에 택시 타고 돌아갈 때 일반적으로 친구가 없어진 것을 알았으면 손 씨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잘 들어왔어요?'하고 물어보는 게 상식적이다"라며 "가족이 손 씨 가족에게는 전화를 안 하고 세 명이 한 시간여 넘는 동안 그 일대를 배회하고 수색을 했다. 손 씨가 집에 갔을 수도 있으니 물어만 봤으면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A 씨는 손 씨가 집에 안 갔다는 것을 확신한 것이다"라며 "전화해서 '친구 왔어요? 안 왔어요?' 확인했으면 셋이 찾아 나설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백 전 팀장은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 빌미를 준다. 수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거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A 씨 측은 한강에서 귀가한 후 또 한강으로 다시 오면서도 자신이 손 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한 번도 자신의 잃어버린 전화를 찾기 위해 전화를 걸지 않았다는 점도 이상하다. 찾을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을 알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백 전 팀장은 각종 의혹과 관련해 "수사 베테랑들이니만큼 경찰의 수사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 국민들의 의혹을 더욱 부추기는 경찰
1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고 손씨를 위한 평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우산을 쓴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손 씨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결과 지난달 25일 오전 1시 9분께 마지막으로 웹 검색을 한 뒤 인터넷·앱 사용 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발표를 하게 된 것은 손 씨 실종 추정 시간 이후 휴대전화 데이터 사용내역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허술한 점이 있었다. 손 씨 아버지는 경찰 발표 후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후 기자들의 연락이 많이 왔다. 모친과 카톡을 하고 배달 앱으로 주문한 것도 1시 9분 이후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손 씨 아버지는 "그래서 증거들을 보냈고 이후 몇몇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추가됐다"면서도 "확인해보니 대부분의 기사는 '경찰 포렌식 결과 손 씨 휴대전화는 1시 9분 이후 사용기록이 없다고 돼 있었다'며 시간을 늘리고 줄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지만 사실과 다르게 보도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손 씨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결과 지난달 25일 오전 1시 9분께 마지막으로 웹 검색을 한 뒤 인터넷·앱 사용 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통신사에서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자동 동기화 또는 백그라운드 앱 실행 등으로 데이터 통화내역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시 12분 배달 앱으로 삼겹살을 결제하고 1시 24분 손 씨가 어머니와 "한강에 있다", "술 조심하고 재밌게 놀아" 등의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되자 "1시 33분께 한 배달 기사와의 통화가 마지막이다"라고 정정했다.

경찰은 1시 9분이 마지막 사용이었다는 발표와 관련해서는 "통화, 문자, 메신저 송수신 내역은 인터넷, 앱 사용 내역과 분리돼 관리된다"며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했다.

국민들이 한강에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는 집회를 자발적으로 할 정도로 이번 사건은 의문투성이다.

CCTV 등 자료를 네티즌들이 직접 찾아서 아버지에게 전달해주고 한강서 시신을 발견한 수색사가 휴대전화를 찾아 경찰이 아닌 아버지에게 직접 전달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네티즌들은 "조사 과정을 지켜보자니 화병이 날 지경이다", "아들 키우고 있는데 만약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겼는데 이런 상황이 될 거로 생각하면 아찔하고 무섭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A 씨 측 변호인은 거듭되는 네티즌들의 의혹 제기에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들도 일상 생활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모두가 수사권을 가진 경찰을 믿고 공정하게 수사받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싶어 한다. 누구도 죄가 없는 사람이 남들의 음모로 벌을 받거나 죄가 있는데 돈이 있다고 빠져나갈 수 있는 사회를 원치 않는다.

◆ 경찰 익명 게시판 "이상한 점이 많은 건 맞지만…"
한강서 사망한 손 씨 추모 집회(사진=연합뉴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익명 게시판에 "이번 사건에 이상한 점이 많은 건 맞다"라면서도 "하지만 모든 만취자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 사건에서 아쉬운 점도 많고 이상한 것도 많은데 그냥 이상한 행동과 정황일 뿐이지 수사는 객관적 증거로만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관적 단서인 A 씨 행동이나 상황도 '이상'한 행동일 뿐 솔직히 사망이 살인과 직결되는 증거는 하나도 없어 보인다"라고 썼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손 씨 사건 왜 이렇게 빨리 수사 안 하냐고 하는 분들 많은데 단 100m 블랙박스와 CCTV 따는 것도 진짜 쉬운 일이 아니다. 특정된 동선 따라 상가에 가서 CCTV 확인 요청하면 '재수가 없다', 'CCTV 고장 났다', '지금 바쁘다'며 협조 안 하는 사람도 많고 블랙박스 보려고 해도 칩 꺼낼 줄 모른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현실을 전했다. 이어 "형사소송법대로 수사하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많아서 일반인 시각에서는 수사가 정말 더딘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