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80세 연륜 담긴 희가극…주세페 베르디 '팔스타프'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주세페 베르디의 마지막 오페라 ‘팔스타프’(1893)는 그가 80세에 완성한 늘그막의 산물이다. 게다가 19세기의 일이니 지금에 비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훨씬 더 노쇠한 나이로 봐야 한다.

주인공 팔스타프는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 1부와 2부, ‘윈저의 유쾌한 아낙네들’에 나오는 인물로, 허풍과 거짓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술통’이라는 모욕적 별명으로 불리는 늙고 뚱뚱한 남자다. 그런데도 한때 왕실 사람들과 어울린 기사였다는 자부심과 무모한 달변으로 여자를 밝히려다 큰 망신을 당한다.‘팔스타프’는 희가극인데도 크게 웃긴다기보다는 낭패를 본 다음에야 인생을 달관하는 노인이 바라본 세상이며, 셰익스피어와 베르디의 깊이를 느끼게 만드는 걸작이다. 용서와 화합으로 마무리한다는 점도 좋고, 피날레를 장식하는 중창의 가사는 “세상은 전부 장난 같은 것”이지만 그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교훈처럼 들린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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