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주도, 회사엔 아바타…기업 파고드는 가상 오피스

또 다른 세상, 메타버스가 온다

직방, 사무실 빼고 원격근무 전환
자신의 아바타로 가상 사무실 출근
페이스북·MS 관련 플랫폼 개발
사무용 부동산 지각변동 전망
부동산 정보서비스 기업 직방의 이슬 매니저(32)는 서울 강남역 인근 GT타워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은 지 4개월째다. 이번주는 ‘제주도 1주일 살기’를 결심하고 내려온 바닷가 근처에서 일하고 있다. 가상오피스 시스템인 ‘개더타운’을 통해 일한다. 로그인하면 기존 사무실 구조 그대로 본뜬 가상 사무실이 열린다. 자신의 아바타를 업무를 의논하고 싶은 팀원 아바타 옆으로 이동시키면 화상회의 시스템이 자동으로 켜지면서 자연스럽게 회의가 시작된다. 직방은 이 시스템을 도입한 뒤 GT타워 사무실을 모두 비웠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디지털 오피스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메타버스가 오프라인 사무실을 삼킬 기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일상적 업무방식으로 자리잡는 데 성공한 원격근무 도입 속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아바타를 활용한 가상 오피스는 원격 근무 시스템의 단점까지 보완해준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원래 일하던 사무실처럼 꾸민 메타버스에서 내 분신인 아바타가 다른 팀원과 대화하는 과정은 사무실에 출근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5시에 줌에서 만나자’ 같은 약속도 필요 없다. 아바타를 이용해 언제든 원하는 직원과 얼굴을 보며 대화할 수 있다. 효율도 높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줄고 일의 효율은 높아졌다”며 “200여 명의 직원이 모두 강남 사무실로 출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메타버스 오피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내놓은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퀘스트2에 가상오피스 앱인 스페이셜을 적용했다. VR 기기를 쓰면 본인 얼굴과 똑같은 3차원(3D) 아바타가 나의 행동을 그대로 복제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증강현실(AR) 업무협업 플랫폼인 메시를 내놨다.

메타버스는 사무용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금까지는 테헤란로에 있어야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었지만, 메타버스 오피스에서 일하는 게 자연스러워지면 비싼 임차료를 지급하며 요지에 사무실을 낼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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