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CEO, 美 제재 극복 위해 '소프트웨어 집중' 주문

런정페이, 임직원에 "소프트웨어에서 세계 선도해야"
스마트폰 위축되자 사업 다각화…"자동차 제조엔 안 뛰어들어"
중국 화웨이(華爲)의 런정페이(任正非)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제재를 넘어설 방안으로 '소프트웨어 집중'을 제시했다고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런정페이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세계를 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겹쳐지는 영역에선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해 하드웨어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는 우리의 신제품에 대한 미국의 통제가 매우 적어 훨씬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고 소프트웨어 집중을 주문한 이유를 설명했다.

런정페이는 중국 시장에 집중하되 동시에 아시아·유럽·아프리카 시장도 노려 '화웨이의 영역'을 만들자고도 했다. 그는 "언젠가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아프리카를 점령하고 나면 우리가 미국의 기준에 맞지 않아 미국 시장에 접근하지 못할 때 미국기업도 우리 시장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정페이의 이런 발언은 지난달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과 회의 과정에서 나왔으며 지난주 내부메모로 작성돼 화웨이 내부에서 회람된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9년 미국의 수출규제 블랙리스트에 올라 아직도 핵심기술 접근을 제한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로 개발하거나 생산한 반도체 칩을 수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기업인 구글로부터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의 기술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화웨이는 결국 안드로이드를 버리고 훙멍(鴻蒙·영어명 Harmony)이라는 자체 OS를 개발했고 다음 주 정식 발표한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등 주력사업이 위축되자 전기차 등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최근엔 전기차업체 싸이리쓰(賽力斯·SERES)와 협력해 만든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선보이고 스마트폰 매장에서 이를 판매했다.

다만,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날 성명에서 자동차를 직접 생산하거나 자동차 제조업체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자동차업계에 필요한 것은 '화웨이 상표를 단 차'가 아닌 정보통신기술(ICT)이라고 강조하면서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화웨이의 기술을 기반으로 더 나은 차량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