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코로나 中기원설에 '음모론' 치부 美 주류언론 난처

"NYT·워싱턴포스트 트럼프 '중국 기원' 주장 외면"
"트럼프에 대한 정치적 반감이 원인" 분석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 우한(武漢)이라는 가설과 정황이 갑자기 부상하면서 현지 주류 언론이 난처한 처지가 됐다고 미국 정치매체 더힐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한 기원설이 음모론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도해왔으나 최근 정반대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힐은 당장 미 언론계를 대표하는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고 지목했다.

두 매체가 지난해 톰 코튼(공화당) 상원의원이 코로나19의 우한 기원설을 심층 조사하자고 촉구하자 그를 향해 "음모론을 퍼트린다"고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미 공영 라디오 NPR은 우한 기원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없다고 못박았고, 사실 확인 웹사이트인 폴리티팩트는 "음모론으로 드러났다"고도 했다.

정치 칼럼니스트이자 비평가인 조너선 체이트는 이런 보도 흐름의 밑바탕에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반감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 등으로 부르며 중국을 저격해왔는데, 임기 내내 그와 대립각을 세웠던 주류 언론은 코로나 책임론을 둘러싼 보도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풍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언론은 보도 당시에 과학적으로 합의된 사실을 단순히 보도하는 것 뿐이라서 주류 매체가 중국 기원설을 외면한 점이 면책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체이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는 잘못된 일"이라며 "이들 언론 중 대부분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진실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신이 기자들을 위한 올바른 잣대라는 것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시각과 평가가 보도를 좌우해선 안 됐다는 것이다. 공화당에서도 불만 섞인 반응이 나왔다.

론 존슨 상원의원은 25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코로나19의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유출설이 "말 그대로 수개월 동안 훤히 보이는 곳에 숨겨져 있었지만 주류 언론은 이를 골라내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기세가 등등해진 트럼프 전 대통령은 25일 성명을 내 "내가 아주 일찍부터 코로나19의 근원으로서 종종 '중국 바이러스'라고 언급하며 우한을 지목했을 때 내가 옳았다는 데 모든 이들이 이제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내게 처음부터 명확했지만, 나는 평소처럼 매우 비판받았다"고 억울함을 표시하면서 "이제 그들은 '그(트럼프)가 옳았다'고 모두 말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지난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정부의 비공개 정보보고서를 인용해 우한연구소가 바이러스 유출지라는 의혹을 터트리면서 백악관까지 나서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