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아픈 손가락…'이재용 야심작' 하만을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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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영업익 83% 감소삼성전자가 2017년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한 '하만'이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 확장의 핵심인 완성차 업계로의 부품 공급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디오→전장사업 체질개선 더뎌
완성차 업계 부품 공급에 어려움 겪어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만은 지난해 매출 9조1837억원, 영업이익 55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2019년)보다 8.87%, 영업익은 82.78% 줄었다. 2020년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1876억원, 934억원의 영업손실도 냈다. 상반기 누적으로 삼성전자 사업부문 중 유일하게 손실을 입은 것이다.하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6년 9월 등기이사에 오른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고른 첫 작품이다. 2017년 삼성전자가 전장사업 진출을 위해 당시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가액으로는 사상 최대인 9조3760억원(80억달러)에 사들였다.
인수 직후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지속적 매출 증가로 외형 성장에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삼성전자는 하만을 인수하면서 100개가 넘는 종속회사를 함께 편입한 후 40개 이상을 합병하거나 청산하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지난해만 해도 하만 커넥티드 서비스 법인을 정리했고, 올해는 디지털 믹싱 시스템 기업 스튜더를 매각했다. 디지털 콕핏, 텔레매틱스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장사업에 집중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인수 전 하만 실적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만은 삼성에 인수되기 직전 해인 2016년 매출이 약 72억달러(약 8조원), 영업익 6억1000만달러(약 6800억원)를 기록한 바 있다. 현재 3%대인 영업이익률도 당시에는 8%대였다.
완성차 업계에 신규 고객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독일 아우디에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 반도체 '엑시노트 오토 8890'를 공급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하만을 통해 키우고 싶어하는 첨단 운전자 주행보조시스템(ADAS)용 반도체 분야에서 차별성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차량용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주력인 모바일, PC(퍼스널컴퓨터) 등 산업용 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인 데다 완성차 업체 특수성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성공을 거둔 고수익성 산업용 반도체 대량생산 시스템과는 다른 상황이란 얘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이승욱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을 전장사업팀장에 임명하고 세계 1위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크리스천 소봇카를 하만 전장부문장에 선임하는 등 내부 정비를 통해 반등을 꾀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