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일정으로 日과 통화한 성 김…한·미 입장차 반영됐나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당시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지난 3월 방한해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노규덕 한반도본부장과 면담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이 아닌 일본측 카운터파트와의 통화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한·미 정상회담 당시 논의된 내용을 일본 측에 설명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같은날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지대’ 구상과 같다는 취지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발언이 나온 가운데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시각차가 반영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은 2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김 특별대표가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다른 중요한 이슈에 대한 공동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임명된 김 특별대표의 첫 공식 일정이다. 김 특별대표는 2008~2011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 2014~2016년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역임하고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당시에는 협상 일정과 합의문 조율을 맡는 등 미국의 대표적인 북핵 통이다.한·미·일 삼각공조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김 특별대표를 통해 일본 측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북한 비핵화 관련 내용을 설명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초 미국은 대북특별대표보다 북한인권대사를 먼저 임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 특별대표에 대한 임명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미국이 대북특별대표를 먼저 임명한 데에는 한국 정부의 강력한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미국이 북한 비핵화 논의의 직접 당사자로 여기는 일본 측에 한·미의 논의 내용을 공유했을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시각차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정 장관은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지대화’와 우리 정부가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한반도 비핵화가 과거 한국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을 겨냥해 미국의 핵우산 철거·주한미군 철수 등이 포함된 ‘조선반도 비핵지대화’와 같다고 평가한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그동안 사용하던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것은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양보한 것”이라며 “그런데 한국이 한 발 더 나아가서 조선반도 비핵화지대론과 이를 동일시하는 것은 미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