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고교생 학교폭력 피해 신고 후 등교도 못한채 방치

교육 당국 지지부진한 대처에 학생 간 고소전 등 부작용도
경북 영주 한 고등학교에서 선·후배 간 집단 폭행·강제 추행 피해 주장이 나왔지만 관할 교육기관 등은 사건 발생 한 달이 넘도록 명확한 수습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이 학교 폭력 가·피해자로 지목된 학생들 간 갈등은 고소전으로 번졌고, 강제 추행 등 피해를 신고한 학생은 등교조차 하지 못한 채 방치되는 등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영주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영주 한 고등학교 3학년 기숙사에서 선·후배 학생들 간 집단 폭행·강제 추행 사건이 벌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피해를 호소한 A군(고2)은 당시 가해 학생 일부가 자신을 화장실로 끌고 가 흡연 검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바지와 속옷을 벗게 한 뒤 소변을 보도록 강요하고 4ℓ가량 물을 강제로 먹였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에 대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또 A군 가족은 특수상해·협박, 미성년자 강제 추행 등 혐의로 2·3학년 학생 12명(고3 10명·고2 2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진행되던 중 앞서 고소당한 2학년 학생 B군을 포함해 같은 학교 동급생 4명이 A군을 또 다른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하며 모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군이 자신들에게 욕설과 폭행을 하고 부모를 상대로 한 성적인 모욕도 했다는 것이다.

B군 측 등은 A군이 2·3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한 고소를 취하하면 자신들도 없던 일로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최근 영주교육지원청은 A군을 각각 피해자와 가해자로 한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를 2차례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영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생들 주장이 상반돼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규정된 절차에 따라 관련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학교 폭력 피해를 호소했던 A군은 지금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중간고사 기간이던 지난달 28∼30일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등교하지 않은 채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심지어 해당 고교 학생·학부모 사이에서는 'A군이 자퇴했다'는 거짓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A군은 "학교에 다시 가고 싶지만 고3 형들이 겁나 못할 것 같다"며 "학교폭력 피해를 알린 게 후회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친구들이 고소한 사안은 사실이 아닌 내용도 포함돼있어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잘못한 행동에 대해선 처벌받겠다고 경찰 조사에서 말했다"며 "저 또한 가해 당사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번 학교 폭력 사안에 대한 경찰 수사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최근까지 A군과 2·3학년 학생 등을 불러 진술을 받고 기숙사 내 폐쇄회로(CC)TV 영상 등도 확보해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수사 내용은 말할 수 없으며 다음 달께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