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식재산과 여성의 경제활동

이인실 <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 kwia_president@inventor.or.kr >
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의 경제적 역량을 키워 그 효율과 총량이 최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효율을 높이고 역량을 키워나가려면 기술과 경험을 지속적으로 축적해야 하는데,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개인적 성장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을 받은 많은 여성이 출산과 육아 문제로 경력단절의 블랙홀로 몰리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여전히 50%를 갓 넘는 정도여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최하위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성들의 저조한 경제활동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서는 선진국 진입이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최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여성과 지식재산’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여성들의 지식재산권에 관한 관심을 제고해 경제활동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토의했다. 각국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데 취약하고,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활용하려는 접근 노력이 약하며,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식재산권에 관한 권리 주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여성 스스로가 가진 편견과 비적극성,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상대적인 비전문성 등은 우리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WIPO는 토의를 거쳐 여성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지식재산을 활용한 경제활동이 특히 유용하다는 것을 인지시켜 여성의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교육할 것을 주문했다.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위한 맞춤형 지원 또한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한국 여학생들의 적극적인 발명동아리 활동과 과학·수학 분야에서의 차별 없는 교육, 여성 발명가 및 여성 창업가를 위한 공공지원, 발명에 친밀감을 갖게 하는 다양한 교육방법 등의 사례도 이번 세미나에 소개됐다.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미완의 과제일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고는 하나 여성의 경제활동 능력과 참여 기회가 구조적으로 사장되는 조건에서는 지속적인 발전이 불가능하다. 여성 인구 절반의 역량을 낭비하면서 어떻게 선진국 진입의 경쟁에서 살아남겠는가.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제도를 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하겠지만, 여성 스스로 경쟁력과 부가가치가 있고 지속가능성이 큰 분야에 적극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사회가 아직 만들어주지 못하는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지식재산이야말로 우리나라의 경제를 살리고 우수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능력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