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빅데이터가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 보험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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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T 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MZ세대가 주도하는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IT 기술의 진화로 ‘DX(Digital Transformation)’가 가속화하고 있다. 보수적이었던 보험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경영진은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도 보험업계 DX를 지원하는 보험업법을 입법 예고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최소 1회 보험설계사 대면 의무를 면제하고, 실시간 영상통화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다.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을 위한 최소 자본금을 20억으로 완화한다니, 많은 스타트업이 보험업에 도전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것이다. 보험업계에서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해 DX를 강화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고객의 보험 가입과 청구를 디지털과 AI로 전환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게도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세입자 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레모네이드는 AI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한 ‘가입 시간 90초/지급 시간 3분/저렴한 보험료’로 유명하다. 가입 시 레모네이드 AI 챗봇인 마야(MAYA)에게 집 주소를 알려 주고, 간단한 추가 질문에 답변만 하면 가입 절차가 끝난다. 청구 시에는 보험료 청구 AI 챗봇인 짐(JIM)에게 부탁하고 서명만 하면 된다. 그뿐만 아니라 AI빅데이터 플랫폼이 보험사기 적발이나 반복 운용 프로세스를 대신해 주니 비용이 절감된다. 이는 저렴한 보험료로 이어진다.
중국 평안보험은 자동차 사고 보험료 청구 과정을 간단히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는 것으로 간소화했다. AI가 앱에 올라온 사고 차량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손상도, 필요한 부품 종류 등을 스스로 판독해 낸다. 이로써 전통적인 보험 프로세스 중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손해 사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보험설계사 중심의 유통 구조에서는 출시가 어려웠던 가벼운 보험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하나손해보험이 하루 단위로 자전거, 등산, 축구, 야구, 테니스 등 운동 중 상해, 후유장해를 보장하는 보험인 ‘원데이레저보험’을 출시했다. 또한 모바일 앱을 통해 보험이 필요한 순간에만 ‘On’으로 활성화하고 평소에는 꺼두는 온디맨드(On-Demand) 보험도 가능해졌다. NH손해보험의 ‘온·오프 해외여행자보험’, KB손해보험의 ‘배달업자이륜자동차보험’, 캐롯손해보험의 ‘스마트On펫산책보험’ 등이 이에 해당한다.AI와 빅데이터를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함으로써 스스로 리스크 관리를 열심히 하는 모범 고객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보험이 늘어나는 것도 또 다른 변화다.
미국 자동차 보험사인 루트는 보험업계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 이슈를 완화하는 데 AI를 활용하였다. 루트는 AI 알고리즘과 자체 앱의 테스트 주행(2~4주)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전 습관을 파악해 차별화된 보험을 판매한다. 운전 습관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치는 고객에 대해서는 보험 인수를 거절하는 반면 모범 운전자에게는 52% 보험료 할인과 공유 택시(Lyft)의 할인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고객들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도록 돕는 AI 케어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고객에게는 건강을, 보험사에는 낮은 청구율을 제공해 종국적으로 사회 후생을 증진한다.
일본의 다이이치 생명은 ‘건강제일’이라는 앱을 통해 개인화된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보험가입자가 ‘건강제일’ 앱 내 OCR(Optical Character Reader, 광학식 문자 판독 장치) 카메라로 본인의 건강검진 결과지를 찍어서 올리면, 건강유지 코스, 혈압관리 코스 등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코스 등의 제안을 받아볼 수 있다. “아침을 거르지 말라!” 혹은 “기상 후 간단한 어깨 운동을 하라!” 는 등의 시간대별 간단한 생활 개선 팁 등을 제안하고, 유명 헬스케어 잡지사의 건강 칼럼을 매일 무료로 보내준다. 고객이 보다 능동적인 건강 생활 습관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빅데이터와 AI 기술 활용을 통한 DX와, 새로운 주력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MZ 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따라 보험시장은 상품개발부터 CS까지 업무 전반에서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조용히 다른 분야로도 꾸준히 전파되어 우리의 삶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