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감원장 학계 출신 하마평에…노조 "책임 안지는 교수, 절대 안돼"

손상호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석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나다순)

신임 금융감독원장 하마평에 학계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교수 출신은 안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업계 출신에 비해 조직에 대한 책임감이 크기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손상호 전 한국금융연구원장(가나다순),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석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 학계 출신들이 새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7일 윤석헌 원장이 퇴임한 뒤 원장 자리는 공석으로 유지돼 왔다.

이번주부터 추가 개각이 이뤄질 경우 금감원장 인사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 중에서 낙점된다면 윤 원장에 이어 교수 출신이 또 다시 수장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위원,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을 거쳤다. 분조위에 참여할 당시에는 동양 사태 등을 담당했다. 손 전 원장은 금융연구원장 출신으로, 윤석헌 전 원장과도 연구원에 함께 몸 담은 바 있다다. 한국회계학회장 출신의 정 교수는 증선위 비상임위원을 지냈다. 학계 출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금감원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윤 전 원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우려다. 오창화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교수 출신 원장이 보여준 것은 '나 혼자만 살면 된다'는 태도"라며 "감사를 받지 않고, 삶에 대해서 크게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아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임 원장이) 본인의 자존심만 내세우면서 그 반작용이 직원들에게 모두 돌아왔다"며 "성과급 삭감, 승진적체, 해외사무소 폐쇄 요구 등 모든 책임을 직원들이 결국 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현재 거론되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지지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시쳇말로 '손이 가는 반찬이 없다'고 할 정도로 노조 입장에서 지지할 만한 사람은 없는 상황"이라며 "직원들 근무 환경이나 어려운 점을 해결 해 줄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교수 출신이라서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책임을 지지 않는 학계 출신 성향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뒤로 나몰라라 하는 식으로 조직을 이끈다면 차라리 공석이 나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학계 출신이 임명될 경우 금감원장과 노조 간의 갈등이 다시 격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앞서 윤 원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현 노조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