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창하는 가계부채…부동산·주식·코인 리스크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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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대 대출 주도…버블 붕괴 땐 '치명상' 우려 선진국 최악 수준인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유동성의 바다에 떠 있는 자산시장은 거대한 다단계 시스템처럼 보인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 코인 시장은 가계대출에 빨대를 꽂고 몸집을 불리고 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긴축이 현실화하면 버블의 붕괴는 불가피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1년 새 144조원 급증…부동산 주식 코인으로
가계대출의 폭발적 증가세가 여전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천666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44조2천억원이 불어났다. 1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34조6천억원으로 전분기(45조8천억원)에 비해 둔화했지만 작년 분기 평균 증가액(31조7천억원)보다 많았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018년 말 1천446조6천억원이었으나 불과 2년여 만에 219조4천억원이 증가했다.
이렇게 늘어난 부채는 주택 투자로 가장 많이 흘러들었다. 1분기 주택담보대출은 931조원으로 전분기에 대비 20조4천억원 늘어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60%를 차지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735조원으로 전분기보다 14조2천억원이 증가했다.
정부 규제로 작년 3분기(22조3천억원)나 4분기(25조5천억원)에 비해 증가 폭이 떨어졌으나 작지 않은 규모다.
여기에는 생계를 위한 급전 수요도 있었겠지만 상당 부분은 부동산이나 주식, 코인에 잠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경제 위기 국면에선 대출 증가세가 꺾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대미문의 경제·보건 복합위기인 코로나19 사태는 자산 버블을 촉발하면서 오히려 가계대출의 급증을 불렀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을 받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해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에게 대출 확대는 능력이 된 것처럼 보인다"면서 "최대한 빚을 내 자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여전히 매우 강하다"고 했다.
대출 증가는 2030 세대가 주도한다.
작년 7월 이후 주택시장은 이들 세대가 이끌고 있다.
증시는 물론 코인시장에서도 물주 역할을 하고 있다.
◇ 인플레 우려에 커지는 금리 인상 압력
급증하는 가계부채는 경제 회복에 큰 장애 요인이다.
소득보다 부채가 무거워지면 가계의 소비 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고용 탄력성이 큰 서비스업의 회복을 더디게 해 일자리 충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금리 인상이다.
글로벌 수요 확대로 원자재가 품귀를 빚으면서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4월 물가가 4.2%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통화정책에 대한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데 이어 이달 초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선제적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4월 국내 소비자물가도 2.3% 올라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 넘었다.
높은 수준의 소비자물가 상승이 2∼3개월 이어진다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야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초저금리를 선택했지만,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앙등만 불렀을 뿐 경기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이 향후 2∼3개월 지속한다면 4분기쯤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액이 가계는 약 12조원, 자영업자는 약 5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예받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한계 중소기업은 생존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시스템 위기 가능성 작지만 출구전략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계부채 수준이 높고 증가 속도도 빠르지만, 지금부터라도 연착륙 대책을 실천한다면 과거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처럼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부동산 쪽으로 대출의 50% 이상이 몰려있기 때문에 집값이 폭락할 경우 위기를 부를 수 있지만 그런 파국으로 흐를 우려는 낮다는 것이다.
안동현 교수는 "그동안 비교적 엄격하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해온데다 젊은층의 주택에 대한 욕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집값이 급락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무 연구위원도 "자산 버블이 꺼질 수는 있지만 심각한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유동성 홍수 속에 가려져 있던 취약 부분이 노출되면서 경제의 활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우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오를 경우 부채로 인한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빚을 내 투자하도록 부추기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조 연구위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한계기업이나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대출금 원리금 상환을 계속 유예하고 있는데 이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이를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도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 등의 생계형 대출은 담보가 단단하게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취약한 고리가 될 수 있는만큼 당국이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부동산과 주식 시장, 코인 시장은 가계대출에 빨대를 꽂고 몸집을 불리고 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긴축이 현실화하면 버블의 붕괴는 불가피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1년 새 144조원 급증…부동산 주식 코인으로
가계대출의 폭발적 증가세가 여전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천666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44조2천억원이 불어났다. 1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34조6천억원으로 전분기(45조8천억원)에 비해 둔화했지만 작년 분기 평균 증가액(31조7천억원)보다 많았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018년 말 1천446조6천억원이었으나 불과 2년여 만에 219조4천억원이 증가했다.
이렇게 늘어난 부채는 주택 투자로 가장 많이 흘러들었다. 1분기 주택담보대출은 931조원으로 전분기에 대비 20조4천억원 늘어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60%를 차지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735조원으로 전분기보다 14조2천억원이 증가했다.
정부 규제로 작년 3분기(22조3천억원)나 4분기(25조5천억원)에 비해 증가 폭이 떨어졌으나 작지 않은 규모다.
여기에는 생계를 위한 급전 수요도 있었겠지만 상당 부분은 부동산이나 주식, 코인에 잠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경제 위기 국면에선 대출 증가세가 꺾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대미문의 경제·보건 복합위기인 코로나19 사태는 자산 버블을 촉발하면서 오히려 가계대출의 급증을 불렀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을 받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해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에게 대출 확대는 능력이 된 것처럼 보인다"면서 "최대한 빚을 내 자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여전히 매우 강하다"고 했다.
대출 증가는 2030 세대가 주도한다.
작년 7월 이후 주택시장은 이들 세대가 이끌고 있다.
증시는 물론 코인시장에서도 물주 역할을 하고 있다.
◇ 인플레 우려에 커지는 금리 인상 압력
급증하는 가계부채는 경제 회복에 큰 장애 요인이다.
소득보다 부채가 무거워지면 가계의 소비 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고용 탄력성이 큰 서비스업의 회복을 더디게 해 일자리 충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금리 인상이다.
글로벌 수요 확대로 원자재가 품귀를 빚으면서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4월 물가가 4.2%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통화정책에 대한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데 이어 이달 초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선제적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4월 국내 소비자물가도 2.3% 올라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 넘었다.
높은 수준의 소비자물가 상승이 2∼3개월 이어진다면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야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초저금리를 선택했지만,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앙등만 불렀을 뿐 경기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이 향후 2∼3개월 지속한다면 4분기쯤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액이 가계는 약 12조원, 자영업자는 약 5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예받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한계 중소기업은 생존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시스템 위기 가능성 작지만 출구전략 서둘러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계부채 수준이 높고 증가 속도도 빠르지만, 지금부터라도 연착륙 대책을 실천한다면 과거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처럼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부동산 쪽으로 대출의 50% 이상이 몰려있기 때문에 집값이 폭락할 경우 위기를 부를 수 있지만 그런 파국으로 흐를 우려는 낮다는 것이다.
안동현 교수는 "그동안 비교적 엄격하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해온데다 젊은층의 주택에 대한 욕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집값이 급락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무 연구위원도 "자산 버블이 꺼질 수는 있지만 심각한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유동성 홍수 속에 가려져 있던 취약 부분이 노출되면서 경제의 활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우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오를 경우 부채로 인한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빚을 내 투자하도록 부추기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조 연구위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한계기업이나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대출금 원리금 상환을 계속 유예하고 있는데 이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이를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도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 등의 생계형 대출은 담보가 단단하게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취약한 고리가 될 수 있는만큼 당국이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