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LG·KT 사활 건 '전자두뇌'…초거대 AI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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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서울대-카이스트 'AI 동맹'국내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앞다퉈 '초거대 인공지능(AI)'에 대규모 인력과 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LG도 초거대 AI 개발에 1억달러 투입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해 자율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일종의 '전자두뇌'다. 향후 산업, 안보,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의 활용이 예상돼 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네이버, 'GPT-3' 뛰어넘는 파라미터 개발
26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는 네이버가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로 연구개발(R&D)에 수백억원을 투입했다.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AI 연구기관 'Open AI'의 GPT-3(175B)를 뛰어넘는 204B(2040억개) 파라미터(parameter·매개변수) 규모로 개발됐다. AI 모델의 크기를 나타내는 파라미터는 인간 뇌에서 뉴런을 연결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의 시냅스와 유사하다. 파라미터 수가 높을수록 AI는 더욱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하이퍼클로바는 GPT-3보다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이상 학습해 전세계에서 가장 큰 한국어 초거대 언어모델이란 점도 포인트다. 영어가 학습 데이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GPT-3와 달리 하이퍼클로바 학습 데이터는 한국어 비중이 97%에 달한다.
네이버는 아울러 '서울대-네이버 초대규모 AI 연구센터', 'KAIST(한국과학기술원)-네이버 초창의적 AI 연구센터'를 세우는 등 산학협력으로 범위를 넓혀 AI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그룹의 LG AI연구원도 초거대 AI 개발에 총 1억 달러(한화 약 1122억원) 투자를 감행한다. LG는 GPT-3가 보유한 1750억개 파라미터의 3배를 넘어선 6000억개의 파라미터를 갖추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KT 역시 지난 23일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KAIST와 손잡았다. KT가 보유한 대덕2연구센터에 연구소를 연내 설립하고 KAIST 교수, 연구원, KT 직원 약 200명이 상주할 수 있는 R&D 공간도 마련한다.
SK텔레콤은 카카오와 손잡고 초거대 AI 개발에 뛰어들었다. 양사는 인프라, 데이터, 언어모델 등 전 영역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국립국어원과도 GPT-3와 유사한 성능을 발휘하는 한국어 범용 언어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시장 규모 논하는 것 무의미할 정도로 성장"
'IT 트렌트 스페셜 리포트'에 따르면 초거대 AI의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헬스케어에서는 질병 진단과 전염병의 전염 패턴, 자동차에서는 자율주행과 고장예측·자율 유지보수, 금융에서는 개인 맞춤형 재무 계획과 금융 사고 예방·효율적인 재정 집행 등을 판단한다. 소매 분야에서는 맞춤형 생산과 수요 예측·재고 최적화, 운송 및 물류에서는 자동 운송·교통 통제·교통 체증 감소 등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한국신용정보원은 AI 시장이 2018년 198억달러 규모에서 2019년 262억달러로 32.1% 성장했다면서 오는 2025년까지 연 평균 38.4% 성장해 184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초거대 AI 연구가 진행될수록 성장 속도는 더 빨라져 10년 후 시장 규모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거대 AI는 일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가령 초거대 AI를 고객별 상담 이력을 요약해 주는 가상 어드바이저에 활용하면 상담사가 고객의 개인별 상황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텍스트와 음성으로 고객의 문의에 답변하는 고객 상담 챗봇이나 콜봇에 적용해 문장이나 대화에서 드러나는 고객 감정까지 분석해 만족도 높은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일반적인 AI 의사는 질병 위치와 병명이 표기된 수백만 장의 엑스레이 사진이 필요한 반면 GPT-3가 적용된 초거대 AI는 일반 엑스레이 사진과 진료 소견만으로도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제품 생산 공장에서 발생한 이슈와 해결책이 기록된 모든 엔지니어 문서를 학습한 초거대 AI는 수만대 생산 기계의 장애를 예측해 정비를 할 수 있다. 나아가 불량을 일으키는 원인을 파악해 관련 공정을 직접 수정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미 구글, 아마존 등 해외 IT 기업들은 초거대 AI를 기업의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구글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금융, 자율주행, 헬스케어에 초거대 AI 접목을 꾀했고 아마존은 유통에 적용해 미국 내 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을 세웠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개발 중인 6세대 전투기에 이 초거대 AI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의 움직임과 아군 상황 등을 초거대 AI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안전한 공격 패턴을 추천하는 식이다. AI 기술력이 곧 국방력이 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AI가 유인원이라면 초거대 AI는 문명을 이룬 인간"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8월 신청한 차세대 AI 핵심원천기술개발 프로젝트가 기술성 평가와 예비타당성 조사를 최종 통과해 내년부터 공식 추진된다.이 사업은 2019년 말 정부가 발표한 '인공지능 국가전략'에 따라 현행 딥러닝 기반 AI 기술의 한계를 넘어 초거대 AI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2026년까지 국고 3000억원이 투입된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초거대 AI 연구,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 확보 및 사업화를 위한 오픈 생태계를 적극 구축해 세계 최고 수준 연구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IT 업계 관계자는 "비교하자면 AI는 유인원 수준, 초거대 AI는 문명을 이룬 인간과 같다"며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어 창작 영역은 물론 문장 내면에 함축된 비유와 깊은 속뜻까지 이해하고, 그것을 활용해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는 수준까지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기술 개발과 병행해야 하는 연구가 'AI 윤리'다. 구글이 앞으로를 내다보고 AI 윤리 연구에 자금과 인력을 쏟아붓는 이유를 국내 기업들도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