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가겠다고 사직한 금감원 부국장…재취업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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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업계 '전문가 모시기'에 적극금융감독원 부국장이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로 이직하기 위해 사직서를 냈다. 금감원 내부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로 이직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엔 법무부 소속 검사 '이직 무산' 해프닝도
시장 제도화 움직임 고려, 선제 대응
암호화폐 업계 "전문가 모셔라"…규제 강화 움직임 영향
26일 금감원에 따르면 핀테크 현장자문단 소속 부국장 A씨는 지난 25일 마지막 출근을 한 뒤, 이날 퇴직 처리됐다. A씨는 금감원 내부에서 별도 보직을 맡지 않고,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를 지난 2~3년간 적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A씨는 2018년부터 핀테크 현장자문단에서 일하면서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에도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 블록체인 전문가로 불렸다는 후문이다.현재 A씨는 업비트에 취업하기 위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앞둔 상태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해충돌 가능성, 업무 관련성 여부 등을 검토해 A씨의 재취업 심사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금감원의 피감기관인 금융기관으로의 내부 직원 이직은 이해상충 소지가 있어 불가능하나,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직접적인 감독 기관이 아니기에 심사 결과에 대해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사실 A씨가 맡았던 업무가 업비트 감독 업무와는 무관해 금감원 차원에서는 문제가 없다"며 "인력 유출 이슈보다는 금감원 내부 인력의 암호화폐 거래소 이직이 첫 사례이니만큼 주목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최근 코인 투자 바람에 몸집을 불린 암호화폐 업계가 '전문가 모시기'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달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보좌하던 검사 B씨가 두나무의 변호사로 이직하려다가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제도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업계 전문가 영입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처음으로 발의한 뒤, 같은 당 김병욱 의원도 '가상자산법'을 발의한 바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암호화폐 규제 강화 추세는 분명한 흐름으로, 향후 암호화폐 거래 관련 규정들이 강화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며 "때문에 거래소 측에서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 및 준비를 하고자 금융 규제 관련 이해도가 높은 인력을 영입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황 연구위원은 "향후 약 3년간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 이슈가 필연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자 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움직임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