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서 팝콘 먹게 해달라는 극장가…시기상조 우려도

"관객 5천만명 추가감염 전무" vs "비말전파·낮은 백신 접종률"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영화관에서 팝콘과 콜라를 먹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업계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속한 한국상영관협회는 현재 상영관 내 취식이 전면 제한된 방역지침을 단계별로 완화해달라는 성명을 27일 발표했다.

극장가는 앞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 70%가 줄어든 상황을 호소하며 영화관 내 음식물 섭취 금지를 금지한 방역수칙을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상영관협회는 "상영업계의 특성을 반영해 음식물 취식 정책이 거리두기 단계별로 완화돼야 한다"며 "7월부터 적용되는 2차 방역조치 내용과는 별도로 과감하고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영관에서는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영화를 관람하며 타인과의 대화가 일어나지 않는 그동안 극장 안에서 추가 감염된 사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영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영화관을 처음 방문한 1월 28일부터 올해 3월까지 영화관을 방문한 5천200만명 가운데 추가 감염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같은 기간 영화관을 방문한 확진자는 244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114명은 상영관 내 취식이 가능한 시기에 방문했던 관객이었다. 상영관협회는 "매점 음식물 섭취는 영화관의 일부이자 영화관람을 더 재미있고 가치 있는 경험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며 "취식 제한으로 영화관이 기피시설로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앞두고 백신 접종자에만 상영관 내 취식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날 "영화관 등에서 예방접종 완료자로만 구성된 별도 구역에서 음식 섭취, 함성 등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다만 상영관 내 취식 허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비말(침방울)로 감염되는 코로나19 특성상 음식물 섭취는 전파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화관 내 추가 감염 사례가 없었던 데는 취식 금지 방역 조치가 효과를 보인 덕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이런 코로나19 특성을 반영해 그간 음식물 섭취 제한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영화관뿐 아니라 공연장, 목욕장업, 오락실, PC방(ㄷ자 칸막이가 있는 경우 음식 섭취 가능), 스포츠경기장 등을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계없이 음식 섭취를 금지하는 일반관리시설로 관리해왔다.

전문가들은 영화관이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은 아니지만, 취식 허용은 코로나19의 전파 특성과 젊은 층의 낮은 접종률 등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는 데 무게를 뒀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라면 (감염) 위험도가 낮기 때문에 몇 가지 안전장치를 두고 음식물 섭취를 허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 백신 접종이 특정 직종이나 고령에 주로 이뤄졌고, 영화관을 이용하는 젊은 층의 접종률은 높지 않다는 점을 볼 때 영화관 취식을 허용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그동안 영화관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진 않은 것은 사실이다. 좌석 간격 조정 등을 논의할 수는 있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웃다가 비말이 튈 수도 있는데 마스크를 내리고 음식을 먹으면서 관람을 한다는 것은 아직 이르다"며 "또 백신 접종자가 흩어져 앉아야 전파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다른 별도 구역에 앉히는 방안은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