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하나銀 동상이몽…'옵티머스' 소송 장기전 예상

유감 표출 하나은행…상황 지켜보는 예탁원
소송 쟁점, 수탁사 주의의무 범위
'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금융사간의 수천억원대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투자 원금을 전액 돌려주기로 결정했지만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에 공동 책임을 묻기로 하면서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NH투자, 하나은행·예탁원에 소송 예고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앞서 NH투자증권은 25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옵티머스 펀드 일반 투자자들에게 원금 100%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투자원금을 반환받게 될 대상은 일반투자자 831명(전체 고객의 96%)이며 총 지급금액은 2780억원이다. NH투자는 고객과의 개별 합의서가 체결되는 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투자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 4월 초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이유로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권고한 지 약 두 달 만에 나온 결정이다.

단 NH투자증권은 분조위가 전액 배상 이유로 든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하나은행과 한국예탁결제원에 공동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및 구상권 청구 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투자중개업무를 담당한 단순 판매사로서 고객보호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은 다하겠지만 하나은행은 실질적으로 펀드 운용에 대한 감시의 책임이 있는 수탁은행으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은 펀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95% 이상 담는다는 투자제안서에도 불구하고 펀드가 출시된 시점부터 사모사채만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유일한 회사였다"고 주장했다.

예탁원에 대해서도 "운용사 요청에 따라 자산명세서상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변경해 줘 판매사와 투자자들이 오랜 기간 정상적인 펀드 운용이 이뤄진다고 오인하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유감 표하는 하나은행…상황 지켜보는 예탁원

(사진=뉴스1)
하나은행은 NH투자증권의 소송 계획에 유감을 표하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NH투자증권이 하나은행 과실이라고 주장한 사항들은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내용이며,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로서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하나은행은 펀드 수탁 업무를 진행하면서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수탁사로서의 의무를 준수하고 충실히 이행해 왔다"고 반박했다.하나은행에 따르면 펀드 환매의 경우 한국은행과 예탁결제원이 사용하는 동시결제시스템을 통해 자금결제가 진행된다. 운용사가 환매대금을 승인하면 환매대금 지급일에 수탁사가 판매사에게 환매대금을 입금하고 수탁사는 펀드재산에서 해당 자금을 입금받게 된다.

하나은행은 "당시 환매대금 지급을 거절 처리하면 투자자들에게 환매대금이 지급되지 않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펀드 환매 과정에서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고, 투자자들은 환매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아 보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환매연기된 옵티머스 펀드는 이와 무관한 것"이라며 "하나은행의 환매대금 지급이 투자자의 피해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예탁원은 NH투자증권의 구상권 소송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예탁원 관계자는 "언론 보도로는 전해들었지만 아직 구상권 소송과 관련해 피소된 내용은 없어 공식적으로 접수될 경우 내부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예탁원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같은 투자자 피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비시장성자산 투자지원 플랫폼'을 자체 구축하고 있다. 사모펀드 자산의 투명한 관리를 지원함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하고 사모펀드 투명성을 높여 업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예탁원 설명이다.

소송 쟁점, 수탁사 주의의무 범위

(사진=NH투자증권)
이번 소송의 쟁점은 수탁사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어디까지로 볼 수 있느냐다.

수탁사의 책임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은 운용사의 지시대로 맡겨진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고 위법한 게 아닌 이상 금고 역할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수탁사에도 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는 이들은 약관이나 투자설명서대로 운용되는지 감시할 의무가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소송에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나은행과 예탁원의 책임 소재가 수사를 통해 드러나야 하고 향후 동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사태는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지급을 보증하는 안전한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뒤 사업 실체가 없는 부실기업 사모사채 등에 투자해 수천억 원대의 피해를 냈다.2019년 6월~2020년 5월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 54개(6974억원) 중 35개(4327억원)가 환매 연기됐는데 이 중 일반투자자 자금이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