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순환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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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신간 서적 저자 기고■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저자, 김병규 연세대 교수플라스틱은 나쁘지 않다. 소비자의 삶에 많은 혜택과 편리함을 가져다준 획기적인 소재다. 플라스틱 덕분에 소비자들은 다양한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기업은 디자인과 품질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다.
문제는 버려진 플라스틱이다. 영국 앨런 맥아더 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재 가운데 32%는 수거조차 되지 않은 채 자연에 방치되고 있고, 40%는 매립되며, 14%는 소각된다고 한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땅과 바다로 흘러들어가 많은 동물과 미생물에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버려진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가장 흔하게 제시되는 해결책은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와 대체재 사용이다.
하지만 기업이나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플라스틱의 양은 한계가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도 아직까지는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한다.
결국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은 한번 생산된 플라스틱을 최대한 재사용하는 것, 즉 플라스틱의 순환성을 높이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판매된 플라스틱을 최대한 수거하고, 이를 재활용해서 새 제품을 만드는데 다시 사용하게 되면 기업으로서는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양을 크게 줄이지 않고서도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새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과 비교하여 재활용 플라스틱의 생산 과정은 적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순환시키는 것은 탄소 절감에도 기여하는 일이다.
순환되는 플라스틱은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인 해결책이지만 현실 속에서는 여러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기업이 판매한 플라스틱 제품들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고 있으며, 수거된 플라스틱도 고품질 재활용 플라스틱을 만드는데 잘 사용되지 않는다.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안감을 가진 소비자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재활용 플라스틱의 사용이 자칫 제품의 가치를 낮추고 제품 수요를 하락시킬 위험도 존재한다.
기업이 원하는 품질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공급받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제약들을 뛰어넘고 플라스틱의 순환성을 높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기업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상품성이 높은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디자인, 품질, 성능, 가격 등 제품의 모든 면에서 소비자가 매력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이 사용되며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플라스틱 폐기물과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어서 플라스틱의 수거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고품질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높은 수요를 발생시킴으로써 재활용 기술의 발전과 재활용 산업의 성장도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상품이 뛰어난 제품은 상품성 자체만으로도 많은 수요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환경에 기여하는 동시에 이윤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소비자들이 플라스틱을 순환시키기 위해서 조용히 노력하는 기업을 응원하고 이들의 팬이 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플라스틱을 순환시키는 것은 최선의 환경 보호 전략인 동시에 최고의 브랜드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많은 브랜드들이 플라스틱 순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생활용품 브랜드인 메소드는 가장 아름다운 생활용품 용기를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서 만들고 있다. 하지만 메소드는 이런 사실을 특별히 홍보하지 않는다.
디자인이 뛰어나고 품질이 좋기 때문에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든다.
그리고 메소드의 숨은 노력을 알게 된 사람들은 메소드의 강력한 팬이 되어 메소드를 응원하게 된다. 완구 브랜드인 그린토이즈도 좋은 사례다. 그린토이즈는 버려진 우유통을 재활용해서 유아용 완구를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그린토이즈가 재활용한 우유통은 1억 개가 넘는다.
사람들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완구를 자신의 아이에게 사주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린토이즈는 가장 안전하고 품질이 좋은 완구를 만든다.
제품의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으면서 동시에 환경 보호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 외에도 파타고니아, 로디스, 걸프렌드 콜렉티브, 아일린 피셔,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브랜드들이 지금 많은 재활용 자원을 사용해서 인기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이들 브랜드들은 기업의 환경 보호 활동과 영리 추구 활동이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환경 보호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동시에 많은 매출을 발생시키고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환경 문제는 ‘리스크’가 아니다. 오히려 기업 가치를 높이는 최고의 기회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보다 먼저 가장 진실된 모습으로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다.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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