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 다룬 첫 학술연구서 출간

서울대 사회학과 주축으로 연구팀 꾸려…4년간 자료 수집·연구
형제복지원 사건과 부랑인 강제수용 문제를 처음으로 심층 분석한 학술연구서가 나왔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서울대 사회학과 형제복지원 연구팀은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절멸과 갱생 사이: 형제복지원의 사회학 출간보고회'를 열었다.

이 책은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생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형제복지원 연구팀'이 4년간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보고회에 참석한 저자들은 형제복지원 사건이 예외적이지 않으며 부랑자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해왔던 차별의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970∼1980년대 군사정권이 도시하층민을 '사회악'으로 낙인찍으며 형제복지원과 같은 민간업체에 부랑자 수용사업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폭력에 동참했다고 분석했다.

또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이 스스로 진상규명 운동에 나선 점에 주목하며 시민사회가 이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알리는 데 노력해 온 피해자 단체 대표들과 국회의원들도 참여했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 대표는 "이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사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언젠가 국가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고 당당한 사람으로 존중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국회의원은 "국가폭력이 시민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한 비극에 대해 동료 시민들이 책임을 함께 떠안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출간을 환영했다.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형제복지원 사건이 진실화해위 조사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부산에서 시민들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 학대·성폭행 등을 자행했다.

검찰은 1987년 박인근 원장을 업무상 횡령·특수감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과거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의 무죄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비상상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3월 기각했다. 현재 형제복지원 사건은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1호 사건으로 접수해 조사가 시작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