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까지 번진 전세난…'패닉 바잉'도 확산

작년 法시행 후 전셋값 치솟아
집없는 서민들 갈 곳 더 줄어
"차라리 사자"…매매도 급증세
아파트 전세난은 다세대·연립주택(빌라)으로까지 옮겨붙었다. 지난해 7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아파트 전세 매물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빌라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전셋값은 전달 대비 0.15% 상승했다. 지난해 4월(0.04%)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0.11%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빌라 전셋값 상승세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속화됐다. 지난해 상반기(1~6월)까지만 해도 빌라 전셋값 상승률은 최대 0.09%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7월(0.12%) 처음으로 0.1%대를 돌파했다. 서울 빌라 전셋값은 2019년 0.20% 하락했지만 지난해에는 1.50% 급등했다.

실제 빌라 전세를 찾는 세입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서울 빌라 전세수급동향지수는 103.6으로 집계됐다. 전세수급동향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라는 의미다. 이 지수는 작년 7월 102.3을 기록한 뒤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빌라 전셋값도 치솟고 있다. 대규모 빌라촌이 형성된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태명’ 전용 47.6㎡는 지난 1월 3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3월(1억9000만원) 대비 1억원 이상 상승했다. 강동구 천호동 ‘강동위너스빌’ 전용 44.7㎡는 올 4월 2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던 것이 지난 10일 2억7000만원에 계약됐다. 자양동 G공인 관계자는 “특히 3~4인 가족이 주거할 수 있는 투룸·스리룸 빌라 전세는 매물 확보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예 빌라 매매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 거래량은 5489건으로 집계됐다. 2월 4431건을 기록한 뒤 2개월 연속 늘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전셋값 급등 여파로 빌라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빌라 전셋값도 오르자 아예 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