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양도세 결론 미룬 채…재산세만 평균 18만원 '찔끔' 감면

공시가 8.8억 상도동 아파트 재산세, 218만원→178만원
임대사업자, 등록말소후 6개월 내 안팔면 양도세 중과

與 "내년 임대 13만호 매물로" vs "아파트 수요엔 역부족"
청년·신혼부부에 1만호 추가 공급…실수요자 LTV 확대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7일 내놓은 부동산대책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낮춰주는 내용을 담았다. 무주택 서민에 대해선 담보인정비율(LTV)과 같은 대출 규제를 완화, 내집 마련을 지원하는 방안들도 포함됐다. 하지만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전면 폐지하면서 기존 세제 혜택까지 대폭 축소한 것은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27년 만에 주택임대사업자 폐지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일반주택의 매입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금지하기로 한 내용이다. 빌라(다세대·다가구), 단독주택과 같은 일반 주택을 전·월세로 임대할 경우 받는 각종 세금 혜택을 없앤다는 의미다. 앞서 정부는 작년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아파트의 주택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폐지했다.

업계가 특히 충격을 받은 대목은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대폭 축소한 부분이다. 현재는 의무임대 기한을 모두 채운 임대주택은 언제 팔더라도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세금 혜택을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후 6개월간만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말까지 말소된 임대주택 13만 가구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에선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 경우 전·월세 가격이 올라가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거래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등록 임대주택 중 아파트 비율은 20~25%에 그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빌라, 단독주택이 매물로 나오더라도 아파트로 몰리는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재산세 감면구간 6억→9억원

현재 공시가격 기준 6억원까지인 재산세 특례세율(0.05%포인트 인하) 적용 구간은 9억원까지로 확대한다. 공시가격 9억원인 주택의 경우 재산세율이 현재 0.4%지만 법 개정 시 0.35%로 내려간다. 민주당은 새롭게 감면 혜택을 보는 주택 수를 44만 가구로 추산했다. 이들은 평균 18만원가량을 감면받게 될 전망이다. 감면 총액은 약 782억원이다. 공시가격 8억7800만원인 서울 상도동 A아파트(전용면적 84㎡)는 218만원에서 178만원으로 재산세 부과액이 줄어들게 된다.

서민과 실수요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적용하는 LTV 우대비율은 현재 10%포인트에서 최대 20%포인트로 확대키로 했다. 현재 서울 등 투기지역·과열지구에서는 LTV가 40%로 묶여 있다. 다만 무주택과 부부 합산 연소득 8000만원(생애최초는 9000만원) 이하 조건을 갖추고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엔 10%포인트 우대를 받을 수 있었다. 여기서 LTV 10%를 추가로 우대받으면 최대 60%까지 대출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LTV 우대를 받는 소득기준은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생애최초), 주택가격 기준은 최고 9억원(조정대상지역은 8억원)까지로 상향된다.

분당·일산 리모델링도 추진

특위는 3기 신도시 건설과 지난 ‘2·4 부동산 대책’ 등을 통해 전국 205만 가구(수도권 181만 가구) 공급 계획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안한 도심 복합 개발 부지 및 이전 공공기관 부지에 청년·신혼부부 대상 주택 1만 가구를 추가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자체 소유 부지 등을 활용해 ‘누구나집’ 1만 가구 공급 △3기 신도시 내 자족 시설 용지 용적률 상향 △경기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특위는 군 공항, 예비군 훈련장, 저수지, 교정시설 등을 중장기 개발 사업지로 발굴할 계획이다. 이렇게 공급되는 공공·민간 주택 물량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 평균 56만3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형주/하헌형/강진규/정소람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