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먹토'하고 39kg '뼈말라' 되실 분"…은밀한 제안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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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은밀히 활동하는 '프로아나족'1020 여성들 사이에서 무작정 단식하거나 '먹토'(먹고 토하기), '씹뱉'(씹고 뱉기) 등 극단적 방식으로 앙상한 몸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프로아나'(pro-ana)는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애너렉시아'(anorexia)를 결합한 신조어다.
1020 여성, 먹고 뱉기·초절식 하는 등 극단적 다이어트
성장기 10대 여학생들도 "부모 있을 땐 먹토"
'먹토'(먹고 토하기), '씹뱉'(씹고 뱉기)
'프로아나족'은 정상 체중임에도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매를 선망해 무작정 굶는 등의 방식으로 체중을 감량하고 변비약, 이뇨제 등의 약을 습관적으로 먹는다. 이들의 목표는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몸을 마르게 하는 '개말라' 혹은 '뼈말라'가 되는 것이다. '개말라'와 '뼈말라'의 기준도 명확하다. 자신의 키에서 120, 125를 뺀 만큼의 체중에 달했을 때 '개말라'와 '뼈말라'로 스스로를 소개할 수 있다. 164cm인 사람이 '개말라'가 되려면 44kg이 되어야 하며 '뼈말라'가 되려면 몸무게는 39kg이여야 한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해 "의지가 너무 약해서 같이 조이실(위를 줄일) 분들 구한다. 같이 개말라가 되어보자"며 동료를 모집하기도 한다. 실제로 #프로아나트친소 #프아트친소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이같은 글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씹뱉' 방식으로 '개말라'가 됐다면서 "딱 5일만 버티면 배 하나도 안 고프고 눈앞에 어떤 음식이 있든 먹고 싶지 않다"고 추천했다. 또 "위도 엄청 작아져서 예전에 먹던 양의 4분의 1만 먹어도 진짜 배부르고 하루 거뜬히 버틴다"고 했다. 또 다른 '프아족'은 "미자(미성년자)입니다. 먹토, 씹뱉, 단식, 초절식 다 해요. 부모님 있을 땐 먹토하고 없을 땐 초절식입니다"라며 귀띔하기도 했다.
'탈프아'(정상 생활로 돌아가는 것)를 했다가 요요 현상이 와 다시 계정을 만들었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는 "검정색 긴 머리의 개말라가 되고 싶다"며 "예전 몸무게에서 조금 더 뺀 32kg이 목표"라고 했다.
이들은 식단 조절하는 방법부터 음식을 권유하는 주변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거부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SNS에서 자신을 '프로아나'라고 소개한 이들 중엔 10대가 많았다. 이들은 "학교에서 자괴감이 들어 프아 시작했다"면서 "개학 전에 살 빼고 싶다", "교복 입고도 말라보이고 싶다" 등 바람을 드러냈다.
한 고등학생은 "몇 주만 굶으면 입고 싶은 옷 입을 수 있고, 스스로 창피함을 느끼지도 않을 수 있다. 마른 애들 보며 자괴감에 찌들어 사느니 굶는 게 낫다"고 했다. 성장기인 많은 학생들이 외모지상주의, 마른 몸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 미디어의 미적 기준에 휘둘리며 과도한 다이어트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국내 거식증 환자 8417명 중 10대 여성 청소년이 1208명(14.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섭식장애정신건강연구소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확찐자' 등 외모를 언급하는 단어가 생기고 외모 지향적 콘텐츠 노출이 늘어 섭식장애 발병 가능성이 커졌다.
극단적인 식이 제한은 빈혈, 탈모, 감염성 질환에 취약하게 되고 뇌 성장이 진행되는 청소년기 성격적 문제, 강박장애, 우울증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거식증은 사망률이 15%에 이를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하지만 '프로아나족'들은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고 믿기 때문에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해 스스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가족이나 학교 선생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친구들과 스스로 멀어지거나 △식사 후 화장실에 자주 가고 △체중에 극적인 변화가 있으며 △이를 감추기 위해 겹겹이 옷을 입고 △드물게 손가락 관절이 빨갛거나 상처가 있다(토한 흔적)면 섭식장애를 의심하고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좋다. 일각에서는 SNS를 통해 유행처럼 전파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경우 자동 필터링이 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발해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