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복붙'한 무늬만 ESG위원회 수두룩…리스크 대응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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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불면서 작년부터 상장기업들이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많이 만들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사회를 그대로 '복붙(복사+붙여넣기)'하거나 의결 기능이 없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28일 대신경제연구소가 개최한 제1회 대신경제연구포럼에서는 ESG경영·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언이 쏟아졌다. 이날 포럼은 '금융, 기업의 新생존전략 ESG'을 주제로 진행됐다.
안 본부장은 "초기 단계에서는 ESG위원회 설립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도 "ESG위원회의 설립 취지가 기업의 비재무적 활동을 관리한다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 의결권을 갖거나 최소한 정기적으로 이사회에 안건을 올릴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손영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ESG위원회의 역할이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이사회 구성원 전부가 ESG위원회에 그대로 속할 경우 이름만 있는 조직이 되기 쉽다"고 했다. ESG위원회에서 실질적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각 기업의 비재무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ESG위원회 활동은 추후 ESG 투자 '옥석 가리기' 지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자산운용사 등이 ESG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투자처를 정할 때에는 각 기업의 ESG위원회가 실제로 안건을 의결하고 있는지, 내부 감시 기능을 얼마나 활발하게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다.
ERISA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수급권 보호 등을 담은 법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퇴직연금 수탁자는 오로지 금전적 요소만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이 원칙을 폐기하기로 했다. 기후변화에 의한 재정적 위험 최소화 등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장 박사는 "향후 ESG 투자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이를 위해 관련 정보공개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ESG 측면에서 부정적인 정보도 솔직하게 시장에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박사는 "현재 각 기업이 발간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사실상 ESG 활동을 홍보하는 자료처럼 활용되는 상황"이라며 "부정적 사안도 누락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법률상 공시서류와 다르지 않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ESG가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본부장은 대기업이 밸류체인(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하고 정부가 이런 대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ESG경영을 지원할 때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반기마다 포럼을 개최하고 ESG 등 금융·기업 현안에 대한 공론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28일 대신경제연구소가 개최한 제1회 대신경제연구포럼에서는 ESG경영·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언이 쏟아졌다. 이날 포럼은 '금융, 기업의 新생존전략 ESG'을 주제로 진행됐다.
"ESG위원회 실질적으로 기능해야"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프록시(Proxy)본부장은 "2018~2020년 3년간 30대 그룹 소속 상장사의 이사회 활동을 분석한 결과, 이사회 상정된 안건 중 반대·보류 비율은 0.2%가 채 안 됐다"며 "ESG 경영이 선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ESG위원회를 통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안 본부장은 "초기 단계에서는 ESG위원회 설립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도 "ESG위원회의 설립 취지가 기업의 비재무적 활동을 관리한다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 의결권을 갖거나 최소한 정기적으로 이사회에 안건을 올릴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손영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ESG위원회의 역할이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이사회 구성원 전부가 ESG위원회에 그대로 속할 경우 이름만 있는 조직이 되기 쉽다"고 했다. ESG위원회에서 실질적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각 기업의 비재무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ESG위원회 활동은 추후 ESG 투자 '옥석 가리기' 지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자산운용사 등이 ESG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투자처를 정할 때에는 각 기업의 ESG위원회가 실제로 안건을 의결하고 있는지, 내부 감시 기능을 얼마나 활발하게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다.
"ESG, 중소기업에게 규제로 작용해선 안돼"
기관투자자들의 의사결정 시 ESG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장윤제 박사(국민연금기금 운용위원회 수탁책임 전문위원회 민간전문가)는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1일 2020년 개정된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 행정규칙 404a-1을 재고하라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고 했다.ERISA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수급권 보호 등을 담은 법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퇴직연금 수탁자는 오로지 금전적 요소만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이 원칙을 폐기하기로 했다. 기후변화에 의한 재정적 위험 최소화 등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장 박사는 "향후 ESG 투자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이를 위해 관련 정보공개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ESG 측면에서 부정적인 정보도 솔직하게 시장에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박사는 "현재 각 기업이 발간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사실상 ESG 활동을 홍보하는 자료처럼 활용되는 상황"이라며 "부정적 사안도 누락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법률상 공시서류와 다르지 않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ESG가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본부장은 대기업이 밸류체인(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하고 정부가 이런 대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ESG경영을 지원할 때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반기마다 포럼을 개최하고 ESG 등 금융·기업 현안에 대한 공론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