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분양' 국민 분노에…세종시 '공무원 특공' 10년 만에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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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대선 악재될라" 강수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28일 세종시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일부 공무원이 특공 제도를 재산 증식 수단으로 무리하게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다 공정성 논란으로까지 번지자 당정이 강수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가 다음달 관련 규정을 삭제해 폐지 절차를 완료하기로 한 만큼 현재 세종시로 이전을 준비 중인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은 더 이상 특공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관평원 특공용 청사신축 의혹
"위법 적발 땐 시세차익 환수"
중기부 등 이전 공무원 불만
"이주계획 세웠는데…날벼락"
국회 세종 이전도 차질 빚을 듯
10년 만에 공무원 특공 폐지
당·정·청은 이날 국회에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 김부겸 국무총리,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위 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특공 제도가 세종시 정주 여건 개선 등 당초 취지를 상당 부분 달성했고 지금 상황에서는 특공 제도를 유지하는 게 국민이 보기에 과도한 특혜라는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2011년부터 운영된 세종시 공무원 특공 제도는 약 10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세종시 특공은 공무원들의 이전 유도를 위해 새 아파트 일부를 우선 공급하는 제도지만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로또 분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0년간 세종시에 공급된 아파트 9만6746가구 중 2만5636가구(26.4%)가 공무원 등 이전기관 종사자 몫으로 돌아갔다. 최근엔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이 특공을 노리고 세종시에 청사 신축을 강행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날 결정은 공무원 특혜 시비가 공정과 정의의 문제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서둘러 수습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당초 당·정·청 회의는 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지만 민주당이 특공 관련 안건을 정부 측에 요청했고 정부도 긴급하게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김 총리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국민이 생각하는 공정과 정의의 관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공 혜택 논란이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공정 이슈는 물론 부동산 문제와도 연결되는 만큼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 문제를 계속 안고 가는 것이 여권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수석대변인은 관평원 직원 등의 아파트 시세차익 환수 여부에 대해서도 “법률에 의거해야 한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가능한 것은 당연히 환수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무원들은 “날벼락” 토로
이날 결정에 따라 오는 8월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전하는 중기부를 비롯해 앞으로 세종으로 이전하는 부처 및 공공기관 직원들은 특공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국토부는 공무원 특공의 근거 규정을 다음달 삭제할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청 관계자는 “다음달엔 세종에 신규 아파트 분양 일정이 없는 만큼 특공은 사실상 종료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특공 혜택은 특정 기관에 대한 특공이 시작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5년간 부여된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특공 대상 기관 213개 중 131개의 특공 제공은 종료됐고, 82개 기관이 남아 있다. 세종 이전이 뒤늦게 결정된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들도 2024년까지는 특공 신청이 가능했지만 추가 특공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중기부는 내년 8월부터 특공이 시작돼 2027년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여당 일각에서 추진하는 국회의 세종 이전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입법 공무원은 물론 국회의원과 보좌진도 특공을 통한 주거지 확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는 2019년 ‘국회 분원 설치 및 운영방안’ 용역보고서에서 국회 종사자의 세종 정착을 위한 주거시설인 ‘국회 타운’ 조성을 제안했다.
관련 부처 공무원들과 세종시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공 제공 기간이 남아 있는 부처의 한 공무원은 “특공 계획에 맞춰 가족의 세종 이주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았다”며 “부처 간 형평성이 맞지 않는 처사”라고 했다. 세종시 관계자도 “특공은 세종시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제도”라며 “전매 제한 강화 등 특공 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고은이/노경목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