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자는 선물옵션보다 위험, 트레이딩 고수만 살아남을 것"

1만% 수익률 냈던 '압구정 미꾸라지'의 코인論

전설의 투자고수들이 본 가상화폐·증시

윤강로 前 KR인베스트먼트 대표
"암호화폐 단기저점매수 불가피
수익 보는 사람 2~3% 불과할수도"
‘압구정 미꾸라지’ 윤강로 전 KR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난 27일 자신이 개발한 해외선물옵션 트레이딩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박재원 기자
‘압구정 미꾸라지, 목포 세발낙지, 일산 가물치, 슈퍼메기….’

2000년대 시장에서 이름을 날린 고수들의 별칭이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별명을 붙여줬다. 원금의 1만% 이상 수익을 낸 그들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롤모델이자 전설이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에게 잊혀져갔다. 전설의 투자고수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선물옵션 투자로 1000억원을 넘게 번 ‘압구정 미꾸라지’ 윤강로 전 KR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만났다. ‘슈퍼메기’로 불린 선경래 지엔지인베스트 회장과는 전화통화로 근황을 들었다.

사람은 시스템을 이길 수 없다?

윤 전 대표는 서울은행 주식운용본부 출신이다. 1996년 유가증권시장 선물시장이 개장된 뒤 명성을 떨쳤다. 서울 압구정에 사무실을 둔 그는 위험 요인을 피하는 데 선수였다. 당시 시장 참가자들이 그를 압구정 미꾸라지라고 부른 이유다. 수익을 낸 만큼 손실을 낸 때도 있었다. 선물회사인 KR선물, 선물투자 교육회사 KR인베스트먼트 등의 사업도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경기 용인 한국외국어대 글로벌캠퍼스에서 4년째 ‘해외 선물옵션 자동트레이딩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학교 안에서 잠을 자며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왜 프로그램을 개발하냐고 묻자 그는 “오랜 투자 끝에 ‘사람은 시스템을 이길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미국 시장에서 선물옵션 투자의 70%가 시스템 매매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국내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야 경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표는 미국 나스닥 선물을 비롯해 금, 은, 원유 등 24개 선물옵션 차트가 하나의 모니터에 구현된 모습을 소개했다. 초단타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손매매(사람이 직접 투자하는 것)를 통해선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0여 개 변수를 입력해 최적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했다.

“코인은 가장 허구적인 작품”

8000만원을 한때 1300억원까지 불린 그에게 투자의 본질에 대해 물었다. 그는 “투자란 오래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생기는 게 아니고 끝없이 발전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수십 년을 투자했지만 투자를 갓 시작한 초짜에게 지는 일도 있다”며 ‘1만 시간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것이 투자라고 했다. 그의 책상 위엔 ‘실전투자의 비밀’이란 책이 놓여있었다.

윤 전 대표는 투자의 다섯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먼저 시장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시장에 진입한 뒤에는 자금관리와 위험관리가 필수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심리를 다스리는 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투자자들이 실현손익과 평가손익을 구분하지 않고 손에 쥐지 않은 수익을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변동성이 큰 장에서 사람보다 컴퓨터 시스템이 유리한 것도 이 같은 심리적 불안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최근 벌어진 코인 광풍에 대해선 “선물옵션보다 변동성이 큰 투전판이자 도박”이라며 “블록체인과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가장 허구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투자를 직접 해보진 않았지만 절대 장기적으로 이길 수 없는 게임이 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는 “암호화폐 가격이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란 믿음이 없기 때문에 단기 저점 매수를 통한 트레이딩이 불가피한 영역”이라며 “코인 투자도 차트를 보고 트레이딩해야 살아남을 수 있지만 개인들이 해내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투자를 통해 결국 수익을 보는 사람은 2~3%에 불과할 것이라고도 했다.

슈퍼메기도 쉽지 않네…

선경래 회장
선경래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모든 것을 처분하고 은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 출신인 그는 국채선물 투자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워낙 투자 성과가 좋다보니 시장에선 그가 벌어들인 돈이 1조원에 달한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조단위 수익은 아니지만 수천억원을 손에 쥔 그에게 슈퍼메기라는 별칭이 붙었다.

선 회장이 소유한 지앤지홀딩스는 지난해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주가지수선물옵션 거래를 통해 125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전체적으로 21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선 회장은 “드라마 제작사를 비롯해 소유한 건물을 모두 정리하고 있다”며 “선물옵션 투자도 이제 할 나이가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앞으로 주식투자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재는 대부분의 종목이 너무 많이 올라 연내에는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주가”라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