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KPMG-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새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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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영 삼정KPMG 디지털본부 상무플랫폼 또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함께 최근 금융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용어 중 하나다. 플랫폼은 한글 '판' 또는 한자 '장(場)'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이고 서로 상호작용 하는 것, 그 공간과 닮았다. 플랫폼은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전에 상상할 수 없던 영역으로 확대되었고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가치 또한 증대되었다. 다양한 소비자와 공급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네트워크 외부 효과(network externality effect)에 의해 플랫폼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플랫폼은 비즈니스, 경제 및 사회 전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변혁적인 개념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인 우버는 택시를 한 대도 소유하지 않고 시가총액 1120억달러의 공룡 기업이 됐다. 호텔 기업인 에어비앤비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도 힐튼과 같은 글로벌 호텔체인의 네 배가 넘는 127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과거의 기업들은 대량 생산, 제품 다변화, 제품 가격 인하 등 공급의 규모(supply scale) 확장에 집중된 반면, 플랫폼 기업은 직접 상품과 재화를 공급하지 않는다. 지구상 최대 온라인 시장인 중국의 알리바바는 10억개에 가까운 종류의 상품을 판매한다. 상품의 공급과 재고는 공급자가 책임지며, 알리바바는 수요의 규모(demand scale) 확장과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에만 집중한다. 미국의 정보기술(IT)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Gartner)는 2030년까지 현재 은행의 80%가 폐업하거나 타 은행에 흡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빌 게이츠는 뱅킹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플랫폼 비즈니스에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금융기관은 플랫폼 기업의 등장과 업계의 디지털 전환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다양한 금융 플랫폼을 통해 여러가지 선택지가 부여된 고객에게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해외의 사례는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된다. 금융기관이 스스로 플랫폼 사업자가 되는 것과 기존의 플랫폼 사업자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데이터3법 개정, 오픈뱅킹 등으로 금융업계에 데이터 생태계가 태동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시행으로 고객 정보의 주도권이 금융기관에서 정보주체인 소비자로 옮겨져 고객 데이터에 대한 독점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모바일의 대충화로 고객의 결정은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핀테크에 대한 규제 완화 정책으로 전세계적으로 사용자(고객)·기술력·자본력 삼박자를 갖춘 빅테크를 중심으로 금융업의 경쟁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금융기업은 더 민첩하고 유연한 협업의 구조를 내재화하여 '함께 일하기 좋은 기업'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스템을 API방식으로 개방하고 협업을 통해 새로운 혁신(innovation)을 만들거나 기술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적용하여 회사의 문화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금융사의 고도화된 역량이 내재된 장기·투장성 금융상품 등을 맞춤형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빅테크·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신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합병(M&A)으로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변화의 물결에 대응하여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골드만삭스, BBVA, DBS와 같은 전통 은행들이 기술 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금융기관 경쟁력의 근간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해야 하는지, 플랫폼 사업자들과 협력해 정보를 활용하고 차별화된 방식으로 고객의 수요를 충족해야 할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