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구찌 회장의 집념…파리에 초대형 미술관을 세우다 [김동욱의 하이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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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옛 상품거래소(Bourse de Commerce) 건물이 미술관으로 모습을 바꿔 개장했습니다.
구찌와 입생로랑, 알렉산더 맥퀸, 발렌시아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명품업계 거물이자 현대 미술품 수집가로 유명한 프랑수아 피노의 컬렉션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파리시가 50년간 피노 회장에게 건물 사용권을 부여했고, 일본 출신 세계적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옛 건물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파리의 새로운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건물 내외부를 새로 손봤습니다. 뉴욕타임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피노 미술관'의 개관과 함께 파리가 모더니즘의 중심지로 거듭날 태세입니다. 2년 반 동안의 리노베이션 공사가 끝마치게 되면서 루브르박물관과 퐁피두센터 인근에 또 하나의 미술 명소가 들어선 것입니다.이 미술관은 미술·명품 업계의 큰손이자 괴짜로 알려진 피노 회장이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회장과의 '라이벌 의식'에 의해 탄생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아르노 회장이 2013년 루이비통뮤지엄을 개관하자 '질 수 없다'며 자극을 받았다는 것인데요.개관식에는 1만 점에 달하는 피노 회장의 컬렉션 중 200여 점이 우선 선보였다고 합니다. 현대 미술작품이 주로 전시됐습니다. 미리암 칸과 마를렌 뒤마, 안토니오 오바, 토마스 쉬테, 플로리안 크레베르 등의 작품과 함께 마이클 저니악, 신디 셔먼, 마사 윌슨 등의 사진작품도 같이 관객들에게 선보인 것입니다. 데이비드 해먼스의 작품 40여 점이 전시되는 등 아프리카계 미국 예술가의 작품도 대거 전시됐습니다.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구조물인 1812년 제작된 웅장한 유리 돔 아래에선 햇살에 따라 녹아내리며 형태가 변형되는 우르스 피셔의 밀랍 조각작품은 개막전의 상징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미술관은 옛 예술작품이 모여있는, 어찌 보면 '고여있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예술품의 '공동묘지'로 부르기도 합니다. 또 새로운 대형 미술관이 생겨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미술관이 그것도 1급의 작품을 다수 보유한 미술관이 들어서는 것은 흔치 않은 변화의 현상임이 분명합니다. 괴짜 억만장자 미술 애호가의 결단이 예술의 도시 파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입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구찌와 입생로랑, 알렉산더 맥퀸, 발렌시아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명품업계 거물이자 현대 미술품 수집가로 유명한 프랑수아 피노의 컬렉션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파리시가 50년간 피노 회장에게 건물 사용권을 부여했고, 일본 출신 세계적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옛 건물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파리의 새로운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건물 내외부를 새로 손봤습니다. 뉴욕타임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피노 미술관'의 개관과 함께 파리가 모더니즘의 중심지로 거듭날 태세입니다. 2년 반 동안의 리노베이션 공사가 끝마치게 되면서 루브르박물관과 퐁피두센터 인근에 또 하나의 미술 명소가 들어선 것입니다.이 미술관은 미술·명품 업계의 큰손이자 괴짜로 알려진 피노 회장이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회장과의 '라이벌 의식'에 의해 탄생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아르노 회장이 2013년 루이비통뮤지엄을 개관하자 '질 수 없다'며 자극을 받았다는 것인데요.개관식에는 1만 점에 달하는 피노 회장의 컬렉션 중 200여 점이 우선 선보였다고 합니다. 현대 미술작품이 주로 전시됐습니다. 미리암 칸과 마를렌 뒤마, 안토니오 오바, 토마스 쉬테, 플로리안 크레베르 등의 작품과 함께 마이클 저니악, 신디 셔먼, 마사 윌슨 등의 사진작품도 같이 관객들에게 선보인 것입니다. 데이비드 해먼스의 작품 40여 점이 전시되는 등 아프리카계 미국 예술가의 작품도 대거 전시됐습니다.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구조물인 1812년 제작된 웅장한 유리 돔 아래에선 햇살에 따라 녹아내리며 형태가 변형되는 우르스 피셔의 밀랍 조각작품은 개막전의 상징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미술관은 옛 예술작품이 모여있는, 어찌 보면 '고여있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예술품의 '공동묘지'로 부르기도 합니다. 또 새로운 대형 미술관이 생겨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미술관이 그것도 1급의 작품을 다수 보유한 미술관이 들어서는 것은 흔치 않은 변화의 현상임이 분명합니다. 괴짜 억만장자 미술 애호가의 결단이 예술의 도시 파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입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