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력감축…서울대 급식노동자들 고통 호소

"직원 줄면서 노동강도 2배로…직영화로 전환해야"
"오늘부로 또 2명이 떠납니다. 1명은 계약만료로 떠나고, 1명은 새로 온 지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너무 힘들어서 떠난대요."2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한 식당에서 만난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 직원 A(53)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인력 감축으로 급식노동자들의 고통이 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생협은 교내 6개 구내식당을 모두 운영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A씨가 근무하는 식당에는 12명의 직원이 근무했지만, 지금은 6명만 남았다고 한다.생협 소속 급식노동자들은 지난 27일부터 '이대로는 다 죽는다', '생협 직영화가 답이다'라고 적힌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하며 마스크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계약 만료된 직원들의 자리가 충원되지 않아 업무량이 배로 늘었다고 호소한다.
높아진 노동강도를 견디기 어려워 '뼈 주사'로 불리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 고통을 억지로 지우며 하루하루 버티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22년차 생협 직원 B(58)씨는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다.

B씨는 "저희는 약으로 산다"며 "일하는 사람 중 손가락 변형이 온 경우도 많고, 안 아픈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협 직원은 3분의 1 이상 감축됐다.이창수 부지부장은 "코로나19 이전 약 160명이었던 생협 직원 수가 이제는 100명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었다"며 "종사자들이 생협 측에 인력 충원을 호소하고 있지만 '고객 수가 떨어졌는데 뭐가 그리 힘드냐'는 대답만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에 생협 측은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절반 가까이 감소하면서 인력 감축이 불가피했다"며 "2학기 대면수업 재개가 확실시될 경우 인력 충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급식노동자들은 고객이 줄었다고 일까지 줄지는 않았다고 반박한다.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는 과정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이 부지부장은 "가스·수도·전기요금 등이 전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급식노동자들이 속한 생협이 별도 법인으로 분류되면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에 직고용된 여타 직군보다 더 열악한 처우를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부지부장은 "서울대 구성원의 복지를 위해 설립된 생협의 취지를 살리려면 직영화를 통해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노조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생협 직원들의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