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어 '그알'도 "손씨 친구 범인 아냐"…마녀사냥 질타 [종합]

범죄심리학자들 "A씨 행동 의심스러운 정황 없다"
당시 만취해 토하는 장면 등 공개, 블랙아웃 주장 뒷받침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 씨 사건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2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손 씨 추모공간이 마련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모(22)씨 사건과 관련 경찰에 이어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도 당시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는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9일 방송에서 그알은 당시 사고 현장 수심이 낮아 우발적인 밀침으로는 익사 사고가 발생할 수 없다며 A씨가 범인이라면 손씨를 깊은 곳까지 끌고 가 강제로 제압한 흔적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흔적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저항이 없었다면 손씨가 이미 사망했거나 약물 등의 반응이 나왔어야 했지만 그런 흔적도 없었다.

A씨가 당시 만취 상태가 맞느냐는 의혹과 관련해선 A씨가 집 주차장에서 토하는 장면, 손씨를 찾다가 술에 취한 듯 뒤로 벌러덩 눕는 장면 등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웃 상태에서도 정상적인 행동은 가능하다며 A씨의 일부 행동을 보고 당시 블랙아웃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했다. 그알은 A씨가 손씨를 강제로 익사시켰다면 A씨도 흠뻑 젖어있어야 했지만 물에 젖은 흔적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또 사건 주변엔 주말 저녁이라 사람이 많았지만 이와 관련한 목격자도 없었다. 유일한 목격자인 낚시꾼들은 당시 수영하듯 강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사람을 봤다고 증언했다.

손씨 양말에서 강가에서 10m 떨어진 지점의 흙이 검출된 것에 대해서는 그 지점부터 뻘이 시작돼 신발이 벗겨졌기 때문일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방송에 출연한 범죄심리학자들은 A씨 행동에서 범인의 행동으로 볼만한 의심스러운 정황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범죄심리학자들은 사람이 많고 탁 트인 공간에서 계획적인 살인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알은 방송 말미엔 일부 유튜버들이 퍼뜨린 음모론을 하나하나 검증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알에 앞서 경찰도 친구 A씨는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서울경찰청은 27일 손씨 사건과 관련해 그간의 수사 진행 상황을 전격 공개했다. A4용지 23쪽 분량의 자료다.

경찰은 이 자료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손씨 사망 경위와 관련 가짜 뉴스가 난무하자 모든 수사 상황을 공개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경찰은 "A씨가 손씨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4시 42분께 귀가할 때 탔던 택시 기사는 당시 'A씨의 옷이 젖어 있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운행을 마치고 내부를 세차할 때 (A씨가 탔던) 차량 뒷좌석이 젖어있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손씨 부친이 손씨가 평소 물을 무서워해 스스로 물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손씨가 해외 해변이나 국내에서 물놀이하며 찍힌 사진과 영상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A씨가 손씨와 평소 친하지 않았는데 술자리에 불러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평소 함께 다니며 술을 마시거나 국내·해외 여행을 함께 가는 사이로 확인됐다"고 했다.
한밤중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잠들었던 대학생 손정민 씨가 실종된 지 엿새째인 4월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손 씨를 찾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뉴스1
한편 그동안 온라인상에서는 친구 A씨를 향한 도를 넘는 공격이 이어져 왔다. A씨 측은 결국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기도 했다.

온라인 카페 모임인 '반포한강공원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은 친구 A씨를 사실상 범인으로 지목하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초경찰서 앞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 누리꾼이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자체적으로 123쪽 분량의 분석보고서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지난 15일 작성돼 온라인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보고서를 보면 해당 누리꾼은 당시 손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를 범인으로 단정하며 억측을 쏟아냈다.

일각에선 A씨 가족 중 유력 인사가 있어 사건을 은폐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A씨 측은 "A씨의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A씨의 아버지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 또한 결혼 후 지금까지 전업주부"라고 밝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