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여행' 떠난 美…하루 3700만명 대이동

방역 규제 푼 이후 첫 연휴

공항 이용객 하루 200만여명
렌터카 대여료 82% 넘게 폭등

백신 접종 이후 개인소비 늘어
"2분기 경제 9.3% 성장할 듯"
미국 뉴저지주 올드타판에 거주하는 크리스티나 씨 가족은 차로 3~4시간 걸리는 관광지 저지쇼어로 주말 여행을 떠나려다 포기했다. 호텔 예약이 대부분 다 찬 데다 그나마 남아있는 곳도 하룻밤 묵는 데 500~600달러를 요구해서다.

메모리얼 데이(현충일·31일) 연휴를 맞은 29일(현지시간) 미국인이 대거 여행길에 오르면서 휴양지와 관광지마다 장사진을 이뤘다. 공항, 기차역 등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다는 것을 제외하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13일 마스크 착용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규제를 해제한 이후 처음 맞은 연휴인 데다 여름 휴가철과도 맞물려 있어 들뜬 분위기가 역력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번 연휴기간 3700만여 명이 최소 50마일(약 80㎞) 이상 떨어진 거리로 여행을 다녀올 것으로 추산됐다. 작년과 비교하면 60% 증가한 수치다.

항공 여행객도 급증세다. 교통안전청(TSA)의 하루 집계 내역을 보면 지난 28일 195만9593명이 공항 내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이 나오기 직전이던 작년 3월 7일(211만9867명) 이후 14개월여 만의 최대치다. TSA는 이번 연휴 내내 하루 이용객이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관련 물가도 뛰고 있다. 렌터카 대여료는 지난달에만 작년 동기 대비 82.2% 폭등했다. 휘발유 가격은 7년 만의 최고치인 갤런(약 3.8L)당 평균 3달러에 달했다는 게 유가 분석업체 가스버디의 집계다.

이처럼 여행객이 쏟아지는 건 광범위한 백신 접종 후 미국인 사이에서 외부 활동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CDC는 이날 기준 미 성인의 51.2%인 1억3221만 명이 접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최소 한 차례 접종한 성인은 62.4%에 달했다. 와파 엘 사드 컬럼비아대 전염병연구소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은 상태여서 연휴 직후 코로나가 재확산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미국인이 지갑을 열면서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도 늘고 있다.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소득은 전달 대비 13.1% 감소했지만 소비 지출은 0.5% 늘었다. 실질소득이 줄었지만 지출을 되레 늘렸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낙관적 경기 전망이 공고해졌다는 관측이다. 3월엔 1인당 1400달러의 코로나19 지원금 덕분에 개인 소득은 20.9%, 소비 지출은 4.7% 각각 급증했다.올 1분기 성장률이 6.4%에 달한 미국 경제가 2분기엔 더욱 호황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의 ‘현재 분기 예측 모델’(GDP나우)을 보면 미 경제는 2분기에 9.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