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재능기부 최세규 한국재능기부협회 이사장 "진심담은 노래, 애정어린 그림도 재능기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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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용품 대표서 '재능기부 전도사'재능기부. 15년 전만 해도 입에 잘 붙지 않던 이 단어는 이제 일상 속에 흔히 쓰이는 말이 됐다. 재능기부란 단어가 일상 속에 정착하는 데는 숨은 주역이 한 명 있다. 10년 동안 묵묵히 재능기부 활동을 펼쳐온 최세규 한국재능기부협회 이사장(사진)이다.
30명이던 회원 7500명 훌쩍
정운찬·엄홍길 등 명사들도 참여
그는 유명 주방용품 브랜드 ‘키친나라’를 운영한 기업인이었다. 잘나가던 기업 대표가 재능기부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최 이사장은 “돈 버는 것이 기술이라면, 쓰는 것은 예술이라는 게 좌우명”이라며 “생활 속에서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자는 생각으로 협회를 꾸려왔다”고 말했다.2012년 말 출범한 한국재능기부협회는 내년에 창립 1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재능기부 참여자와 기부받기를 원하는 곳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맡고 있다. 당시 30명으로 시작한 회원은 이제 7500여 명까지 늘어났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산악인 엄홍길 씨 등 유명인사들도 참여한다. 협회 차원의 집수리, 교도소 위문공연 등의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조금의 시간만 내면 누구든 재능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게 최 이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위로를 담은 노래나 그림, 진심을 담은 주례사도 모두 재능기부”라며 “본인에겐 특출난 재능이 아니라도 누군가에겐 소중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는 동생에게 기업 경영을 맡기고 사회공헌 활동에 주력하고 있지만, 최 이사장은 1990년대 ‘동양키친나라’로 주방용품 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가였다. 1989년 빈손의 영업사원이었던 그는 당시 서울 신당동의 허름한 지하상가를 얻어 주방용품 유통에 뛰어들었다. 프랜차이즈 가맹비를 받지 않는 전략으로 창업 7년 만에 사옥을 지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런 그가 사회활동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였다고 한다.“미국 시애틀로 연수를 간 초등학교 동창이 다섯 명을 입양한 ‘보드만 부부’의 집에 초대받았다고 해요. 입양아들은 모두 한국에서 온 중증 장애아였답니다. 헌신적으로 장애 아이들을 키워온 사연을 들으니 먹고 살기만 바빴던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되더군요.”
창업의 경험도 그에겐 재능기부의 원천이다.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예비 사장님’들에게 무료 컨설팅을 했고, 교도소 재소자들에게도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한 창업 컨설팅을 해 주고 있다.
최 이사장은 토요일마다 협회 회원 7500명에게 문자메시지로 감사를 담아 짧은 글귀를 보내고 있다. 주변 지인에게 보내기 시작하던 게 벌써 24년째다. 글귀를 모아 《인생은 내가 만든 영화다》라는 제목의 에세이집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최 이사장은 “출판 수익은 모두 기부활동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협회 규모도 더욱 키워 더 많은 사람이 재능기부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